망친 기획, 하나 _ '원주 거돈사지 전시관'
그리고 그 본질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A사, B사, 두 제안서 모두 본질에 접근하지 않았기에 설득력을 잃었다.
사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욱더 본질을 맨 앞줄에 드러내야 한다.
규모가 작기에 전략이 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골목 한 켠의 작은 카페가 커피를 떠올리게 하는 출입문 하나로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처럼, ‘꼭 집어낸 포인트’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규모가 큰 박물관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담아야 하기에 세분화된 계획과 수많은 선택이 뒤따른다. 그럴수록 모든 판단의 기준점은 건립 목적에 맞는 본질이 되어야 한다. 본질이 방향을 잡고, 수많은 디테일을 정렬시키는 기준이 된다.
기획은 늘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업의 배경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에 답을 찾는 과정이 곧 첫 단추다. 이 Why는 단순한 배경 설명이 아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게 정말 문제인가?
왜 이걸 이렇게 해야 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들이 모여 기획의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Why는 드러난 듯하면서도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진짜 문제는 이해관계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통의 문제 인식이다.
다수의 입에서 “그래, 그게 문제야.”라는 말이 나와야 비로소 본질에 닿은 것이다.
빈칸을 채워보자.
“이 사업은 OO를 위해 시작됐다.
OO의 목적 달성에는 OOO의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OOOO를 제시한다.”
이 구조 안에 본질이 있다.
기획자는 종종 이미 정해진 추진 배경이나 사업 목적만 되풀이하다가 본질을 놓친다.
그러나 성공적인 기획은 늘 ‘사업을 가로막는 근본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멋진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 맞는 합리적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짜 문제에 다가갈 수 있을까?
현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다.
Why는 우리를 본질에 더 가까이 데려간다.
누구나 바라보는 목적지를 향해,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길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