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데? Why?

by 불꽃지

문제와 해결과제를 제시하여,

'사업 방향을 세우는' 기획의 첫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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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준비, RFP 해석하기

기획은 언제나 관계에서 시작된다. 일을 맡기는 발주처, 이를 수행하는 기획자, 그리고 결과를 평가하는 심사자. 프로젝트는 이 세 축이 얽혀 있는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기획자가 처음으로 직면하는 것은, 단순한 과업이 아니라 그 사이에 놓인 긴장감이다.


입찰의 장에서는 발주처가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라는 형식으로 사업의 방향과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모든 기획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RFP가 항상 명료한 지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질의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사업이 내포하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여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우, 혹은 공식적인 지침 내용, 그 이상을 제시해야 당선 가능성이 있다거나 혹은 요구사항이 다방면으로 복잡하여 주안점이 하나로 귀결되지 않은 채 공모가 진행되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본질을 찾기 어려운 RFP가 나오기도 한다. 경쟁입찰이 아니라면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해결할 수 있겠으나 비딩에서는 공식적인 질의 외에는 스스로 알아내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며 기획자의 과제가 된다.


이럴 때 RFP는 안내문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 된다. 기획자는 그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무엇이 이번 사업에서 허용되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가”를 가려내야 한다. 단순히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 차원을 넘어, 발주처의 관점에서 핵심을 압축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RFP를 해석한다는 것은, 사업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긴장을 드러내고, 그 긴장을 안은 채 기획의 출발선을 정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기발한 발상으로 해결책을 내는 전술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나는 발주처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거야’, ‘모두를 설득할 만한 논리로 전시 방식을 뒤집어보겠어.’ 이런 마음가짐은 위험하다. 잘하고 싶은 의욕은 높게 살 만하지만, 심사장에서 모두의 선택을 받는 깜짝 놀랄 제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장일치로 박수갈채를 받는 영광의 순간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업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라도 반드시 반대의 의견이 생긴다.


입찰은 9가지를 잘해도 1가지를 틀리면 낙선하는 세계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맞고 틀리고’를 따지는 자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귀책이 될 만한 사항을 하나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칙은 입찰뿐 아니라 ‘프로젝트’라고 규정되는 모든 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진리다. 사업에서의 기획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창작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발주처의 요구에 맞는 ‘딱 맞는 그림’을 완성하는 일이다.



프로젝트는 발표회가 아니라 평가회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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