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건축의 층수 제한, 전시 면적의 상한선, 전시 대상 소장자료 목록, 지양해야 할 연출 방식, 관람 동선 방향, 전시실의 입·출구 위치, 설비 구조와 장비 배치 같은 구체적 조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더 나아가 홍보관·체험관·전시관·영상관처럼 기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상위 요소들까지 검토 대상이다.
프로젝트마다 반드시 피해야 할 제한과 특수성이 있기 마련이다.
제안서 기획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확실히 안 되는지’를 명확히 걸러내어 두어야 한다.
이 요소가 곧 심사에서 핵심 평가 기준이 되고, 프로젝트의 핵심 키(Key)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심사에는 기준이 존재한다. 물론 RFP에는 ‘제안 심사 평가 기준표’가 항목별로 제시되어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준은 단순한 절차상의 지침이 아니다.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동할, 이번 프로젝트의 주안점을 포착하는 것이 바로 기획자의 역할이다.
RFP를 읽을 때 단순히 중요한 문장에 밑줄만 긋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그 안에서 핵심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단서를 구분하고, 발주처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한 문장으로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수행담당자의 시점이 아니라, RFP를 작성한 발주처의 관점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구를 정확히 해석하는 일이다.
전시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과업지시서에는 대개 세 가지 항목이 등장한다.
1.사업개요(위치·규모·예산·기간)
2.사업목적
3.과업내용 및 범위
이 세 항목은 사업의 방향을 드러내지만, 그대로 베껴서는 의미가 없다.
기획자는 자료조사와 현황분석, 질의응답을 거쳐 이 항목들을 다시 읽고 해석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요구와 그 뒤에 숨어 있는 본질적 요구를 찾아내는 것이 시작이다.
위 다이어그램은 RFP의 정보를 해석해 평가기준을 구체화하고 본질적 요구를 찾아내는 방법을 보여준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박물관 건립에는 반드시 추진의 계기가 있다.
그 계기는 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 상충하는 요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반영하며 곧 사업추진배경이 된다. 인근 문화시설과의 연계성, 대상지의 특성과 한계, 소장 자료의 독자성, 규모와 예산, 운영 방향 등 수많은 논의가 축적되어 최종적으로 건립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배경의 핵심을 포착하면 현황과 문제점, 한계와 요구사항이 한층 명확해진다. 그리고 이 현재의 여건을 토대로, 사업목적이 밝히고 있는 건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것이 바로 사업목표다.
사업목표는 곧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달성해야 할 기대수준이며,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이 해결과제로 정리된다. 문제와 목표가 분명해지면 해결과제는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그 과제를 충실히 수행했는지가 평가기준이 된다.
모든 사업과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 곧 기획이다.
[사업추진배경–문제정의–사업목표–해결과제]의 흐름을 정리하면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이 규정되고, 건립의 기대효과가 예측된다. 사업 추진의 계기에서 기대효과까지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펼쳐내면 평가의 기준은 저절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