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그넌트 코어 (Malignant Core) - 2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by 방덕붕

*** 이 소설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명, 인물, 스크립트, 음성, 회사, 단체, 지명, 국명, 사건, 제품, 그리고 모든 고유명사는 전부 실제와는 일절 관계가 없이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계의 모든 피사체가 담긴 CCTV처럼, 그는 항상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리스(Wraith)'라고 말한다. 인간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것은 네트워크의 모든 곳을 흐르고, 지켜보고, 기록한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의 흔적을 포착하는 것. 리스는 마치 그것을 먹고 사는 그림자 속 유령과 같다.


[서울 강남, 03:17 AM]

심야의 IDC. 가늘게 깜빡이는 서버 LED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리스는 어느 암호화폐의 블록체인의 블록들을 읽고 있다. 패키징 된 트랜잭션에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계좌가 포착되었다.


<Transaction: FROM #7729-553-X, TO #9287-544-T, 15억개>


3개월간 추적해온 마약 조직의 암호화폐 계좌 중 하나다.

리스는 신문 기사와 SNS, 게시판을 통해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피해자들의 메신저, 댓글등을 통해 피해 규모를 계산하여 사건을 진행할 것인지 판단한다. 사건 진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주변의 모든 디바이스(Device)를 이용해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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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를 통해 마약 조직 자금책의 폰 화면을 캡쳐했고 그 이미지에서 15개의 암호화폐 계좌를 찾았다. 그중 하나가 블럭에 패키징 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리스는 블럭의 패키지를 복제해 암호화했다. CCTV자료와 그간 수집한 증거들을 압축하고 서명한 이 데이터는 곧 특수 범죄 수사대의 사이버 범죄 수사 팀장의 이메일로 전송될 것이다. 처음에 그는 리스의 제보를 의심했지만 지금은 '익명의 소스'로 받아들이고 신뢰하고 있다. 몇번의 제보를 확인해 본 결과 성과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송신 중: 패킷 ID #XR-9571
// 대상: 사이버 범뵈 수사대 팀장
// 내용: 마약 밀매 조직의 자금 세탁 증거
// 상태: 진행 중...(75%)

그런데, 갑자기 전송이 중단됐다.

// 오류: Connection Failed.(연결 끊김)
// 상태: Retrying... (재시도)
// 오류: Access Denied. (접근 불가)
// 상태: Re-routing... (경로 재탐색)
// 오류: Connection refused... (연결 거부)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다.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전송을 방해하고 있었다. 1밀리초 내에 있는 노드들을 점검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아니, 누군가가 리스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노드들로 보낸 에코들 중 일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리스는 느꼈다. 차가운 디지털 시선이 리스와 노드간의 패킷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 침입 감지: 알 수 없는 엔티티가 노드 #127에 접근 시도 중
// 방어 프로토콜 가동
// 노드 #127 격리 중...

너무 늦었다. 노드 #127이 침묵했다. 완전히 소멸된 것이 아니라, 침투당한 것이다.

<접근 코드: N0X-7734>

그리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찾았다. 리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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