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오그라드는 개발자 러브 판타지
*** 이 소설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명, 인물, 스크립트, 음성, 회사, 단체, 지명, 국명, 사건, 제품, 그리고 모든 고유명사는 전부 실제와는 일절 관계가 없이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민준은 모니터 앞에서 눈을 비볐다. 또 다른 밤이 지나갔고, 또 다른 코드가 완성되었다. 그의 인생은 마치 잘 정의된 변수처럼 명확했다. 출근, 코딩, 퇴근, 잠. 무한 반복.
하지만 오늘, 뭔가 달랐다. 새로운 변수가 그의 코드 공간에 나타났다.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열고 있던 민준 앞으로 한 여자가 다가왔다.
"혹시 파이썬 하세요?" 그녀가 물었다.
민준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가빨라졌다. 마치 새로운 함수가 호출된 것처럼.
"네, 하는데요." 민준이 대답했다.
"저도 개발자인데, 이 에러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수진이라고 자기소개를 한 그녀가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민준은 알았다. 이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디버깅이 될 거라는 것을.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코딩 스터디, 프로젝트 협업, 그리고 깊어가는 대화들.
하지만 민준에게는 딜레마가 있었다. 그의 과거에는 실패한 연애라는 버그가 있었고, 그 트라우마는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민준의 인생은 재귀 함수에 빠져있었다. 사랑에 다가가려 하면 과거의 상처가 그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매일 같은 고민의 반복. 고백할까, 말까. 다가갈까, 물러설까.
수진도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의 주저함에 혼란스러워했다.
민준이 재귀적 고민에 빠져있을 때, 수진에게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수진아, 정말 오랜만이야." 카페에 나타난 현우가 말했다. "미국에서 돌아왔어.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지만 수진의 대답은 명확했다.
"현우야, 미안해. 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어. 과거 버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수진이 말했다.
현우는 당황했다. "하지만 우리 예전에..."
"너와의 사랑은 deprecated 됐어.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 함수리고!"
어느 날 민준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끝없는 고민의 재귀 호출이 그의 정신적 스택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계속 반복만 할 수는 없어." 그가 중얼거렸다.
수진이 그 앞에 앉았다. "민준아, 뭐가 그렇게 어려워?"
"나... 나는 매일 똑같고 재미도 없고 연애는 꿈도 못 꾸는 종류의... 그냥 덕후야. 너드(Nerd)고.. 그런데 너라는 변수가 들어오니까 모든 게 에러가 나."
수진이 웃었다. "에러가 나면 디버깅하면 되잖아. 함께."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사랑이란 완벽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버그를 수정해 나가는 것이라는 걸.
"수진아, 나 너 좋아해. 하지만 나는 버그투성이야."
"나도 버그투성이야. 그래서 더 좋은 걸. 서로의 코드를 리뷰해 주면서 함께 발전해 나가는 거잖아."
1년 후, 민준과 수진은 함께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 이름은 "LoveStack"이었다.
"자기야, 이 함수 이름 뭐로 할까?" 수진이 물었다.
"forever_together()는 어때?" 민준이 대답했다.
민준은 이제 안다. 인생은 완벽한 알고리즘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예외가 발생하고, 때로는 무한 루프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잘 준비된 API라면 운명의 Call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게 되어, 모든 버그는 수정 가능하고, 모든 재귀는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기저 조건을 만났을 때 비로소 인생이라는 함수가 성공적으로 return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