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

출근길 지하철 좌석에 얽힌 이야기

by 방덕붕

민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지하철의 규칙적인 진동이 그를 얕은 잠으로 이끌었다. 6시 10분 첫차에 몸을 맡긴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새벽 출근에 익숙해진 몸이 자동으로 휴식 모드로 전환되었다.

"잠깐 일어서 주시겠어요?"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눈을 떴다. 지하철 공사 조끼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민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업자는 민수가 앉아있던 좌석을 열고 그 밑의 기계장치를 만지기 시작했다. 민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기다렸다. 금방 끝날 것 같았다.

2분 정도 지났을까. 작업자가 좌석을 원래대로 닫았다.

"됐습니다."

그가 공구가방을 챙기며 일어섰을 때, 민수는 다시 앉으려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세 명의 승객이 동시에 움직였다. 한 명은 민수 왼쪽에서, 한 명은 오른쪽에서, 또 한 명은 앞쪽에서. 그들은 빈 좌석들에 재빨리 앉아버렸다. 민수의 자리도 포함해서.

민수는 멈춰 섰다.

"저기..."

말이 목구멍에서 걸렸다. 세 사람이 모두 그를 보고 있었다. 아니,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가 이내 시선을 피했다.

민수의 자리에 앉은 것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죄송한데요..."

민수가 다시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뭔가요?'라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

민수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제가 거기 앉아 있었는데 작업 때문에 잠깐 일어선 거예요'라고 말하면 될까?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어색하게 들릴지 상상이 되었다.

다른 두 사람도 이제 완전히 자리에 정착해 있었다. 한 사람은 이미 눈을 감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민수는 서 있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했다. 몇 명의 승객이 타고 내렸다. 새로 탄 승객 중 하나가 민수 근처의 손잡이를 잡았다.


시간이 흘렀다.

민수는 계속 서 있었다. 그 여자는 한 번도 그를 다시 보지 않았다. 아니, 의도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5분이 지났다.

민수는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말해야 할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색해졌다. 이제 와서 자리를 달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 같았다.

10분이 지났다.

여자가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사탕이었다. 그녀는 포장지를 벗기며 민수 쪽을 잠깐 힐끗 봤다. 그리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민수는 확신했다. 그녀는 알고 있다.

15분이 지났다.

이어폰을 낀 남자가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딱였다.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작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여자는 핸드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민수는 여전히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해봤다. 20분 정도. 절반도 오지 않았다.

"다음 역은 연신내역입니다."

안내방송이 흘렀다. 민수는 손잡이를 더 꽉 잡았다. 교대역까지 아직 한참 남았다.

20분이 지났다.

여자가 하품을 했다. 그리고 잠시 민수를 봤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미안함일까, 아니면 귀찮음일까.

민수는 알 수 없었다.

25분이 지났다.

"다음 역은 교대역입니다."

민수는 출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때 여자가 다시 그를 봤다. 이번에는 좀 더 오래. 2초 정도.

지하철이 멈췄다.

문이 열렸다.

민수는 내렸다.

플랫폼에 서서 지하철이 떠나는 것을 봤다. 창문 너머로 그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하철이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민수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천근만근, 민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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