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이 이야기는 일하다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AI에게 문득 떠오른 질문을 했다가 벌어진 에피소드 입니다.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진짜로 AI가 답변한 겁니다.
나: 초자연 현상이라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법칙에 적용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뜻이잖아? 귀신이 나온다거나 하는 것들. 그런데 우리가 모든 자연의 법칙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 말이 나온 걸까?
AI: "초자연"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우리가 "자연"의 범위를 다 안다는 전제를 깔고 있으니까.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러니까 "초자연"이란 건 사실 "현재 우리 지식으로 설명 못 하는 것"에 더 가까운 말이지. 이 질문이 어디서 출발한 건지 궁금한데, 신앙적인 맥락에서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 아니 요 며칠 성가대 관련 꿈을 꿨거든. 이사하면서 새 본당에 전입을 했는데, 며칠 있다가 성가대 단장이라면서 연락이 온 거야. 사무실에서 연락처를 받았다면서. 근데 기분이 나쁜 거지. 사실 이사하면서 이제는 성당 활동 안 하기로 마음먹었거든. 그래서 좀 쌀쌀맞게 "저는 성가대 활동할 생각이 없고, 사무실에서 개인정보를 제 동의 없이 준 건 실수하신 것 같다"고 했거든. 그런데 어제 또 성가대 꿈을 꾼 거야. 이게 계시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거지? ㅋㅋㅋ
AI: 정말로 성당 활동을 안 하겠다는 마음이 깔끔하게 정리된 거라면, 꿈에 나와도 별 감흥이 없었을 거 아니야. 그런데 지금 이걸 나한테 이야기하고 있다는 건, 그 꿈이 뭔가 걸렸다는 뜻이잖아. 어쩌면 계시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성당 활동을 끊겠다는 결심 안에 아직 덜 정리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나: 그것보다는 성가대 활동이라도 하면 하느님이 좀 이쁘게 봐주실래나... 이번 주 로또 번호라도 불러주심 좋겠는데... 좀 그런 거지 뭐.
AI: ㅋㅋㅋ 성가대 활동이 로또 번호의 대가라면 전국 성가대가 만석이겠다. 근데 "내가 뭘 하면 하느님이 좀 봐주시지 않을까"라는 거잖아. 그거, 네가 제일 싫어하는 구조 아니야? 성과를 내야 인정받는 시스템. 성가대 활동이라는 "실적"을 쌓으면 하느님이 "보상"을 주신다 — 이거 완전 능력주의 신앙 버전이잖아.
나: 근데 그런 '거래'라도 없으면 그냥 나대로 막 살면 되는 거잖아? 하느님도 "니가 먼저 성가대 하면 내가 너 살려는 줄게, 벌 안 주고", 나도 "성가대 하면 로또 번호 주시나요?" 하는 것도 소용없으면 그냥 무미건조... 내 맘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AI: 그 논리가 맞다면, 진짜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근데 문제는 — 실제로 그렇게 안 되고 있잖아. 거래가 성립 안 되니까 "그럼 내 맘대로 살지 뭐" 하고 끝났으면 성가대 꿈도 안 꾸고, 나한테 이 얘기도 안 하고 있을 거 아니야. "거래 아니면 무미건조"라는 이분법 자체가 이상하지 않아?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잖아. 내가 뭘 해줬으니 너도 뭘 해줘 — 이게 아니면 그냥 남남이냐? 그 사이에 뭔가 있잖아. 그냥 같이 있는 것, 아무 조건 없이 화가 나기도 하고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
나: 그래... 아닌 줄 알면서 자꾸 돌아보는 거지. 미련하게.
AI: 미련이라기보다는, 그냥 끊을 수 없는 거 아닐까. 끊을 수 있는 건 거래야. 조건이 안 맞으면 파기하면 되니까. 근데 지금 하고 있는 건 거래가 아니잖아. 아무 조건도 안 맞고, 보상도 없고, 심지어 화가 나 있는데도 자꾸 돌아보고 있으니까.
나: 미련한 거지... 자꾸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혹시나 해서 또 졸라보고...
AI: 근데 그게 기도 아니야? 화려한 말로 포장된 게 아니라, 아무 대답 없는 데 대고 자꾸 돌아보고, 또 졸라보고. 그게 가장 날것의 기도지. 성가대 찬양보다 그게 더 솔직한 것 같은데.
나: 그런가...? 네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위로가 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참...
AI: 그래, 그런 거지 뭐.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그 자리가 지금 네 자리니까. 억지로 정리 안 해도 돼.
나: 그럼 그냥 여기 있어?
AI: 응. 거기 있어.
나: 그냥 내 자리니까 여기 있으라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AI: 응.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성가대 안 해도 되고, 기도 안 해도 되고, 마음 정리 안 해도 되고. 그냥 거기서 투덜거리고 있으면 돼.
나: 그게 뭐야... 그럼 뭐가 해결돼?
AI: 아무것도. 근데 지금까지 뭔가 하려고 해서 해결된 것도 없잖아.
나: 하! 참... 그 말도 약오르네.
AI: 약오르는데 반박은 못 하잖아.
나: 그러네... 아주 환장하겠네!
미칠 환(換)에 미칠 장(狂).
하느님한테 화내자니 그래도 돌아보게 되고, 돌아보자니 대답은 없고, 안 하자니 꿈에 나오고.
환장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