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이 들어가는 가수, 자우림
같이 나이 들어가는 뮤지션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19년째 덕질 중이다. 내가 살고 싶게 만들어주는 음악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서 자우림음악을 듣고 싶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우림을 듣는다.
밤의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기억을 회상하며 듣고, 때로는 광광 울면서 듣는다.
원래 4집을 가장 좋아했는데 지금은 11집이 최고다.
"있지" , "fade away"는 목소리와 가사들, 멜로디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내 마음을 위로로 꽉 차게 만든다.
신기하다 노래라는 것은. 그 짧은 3분이라는 시간에 삶을 흔들 수 있으니까.
반년 전, 혼자 높은 언덕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색색의 불빛과 저 멀리 보이는 신도시의 야경을 바라봤다. 그때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지독히도 우울한 자줏빛이 나를 또 살고 싶게 만들었다.
감추고 싶은 내 어두운 감정 위로 불꽃을 쏘아 터뜨려 만드는 폭죽 같은 노래들.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서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 같다.
그중 11집 앨범은 나에게 특별한 곡들이 많다.
반대로 말하면 매우 위험한 노래들로 가득하다. FADE AWAY는 처음 들었을 때
숨이 넘어가기 직 전까지 운 것 같다.
11집 앨범 중 몇 곡은 꽤 어둡다 낙화만큼이나.
내 심리적 상황 회복과정에서 독이 될 수 있으니
음악은 음악으로 감상하고, 내 감정에 몰입했다가
다시 깔끔하게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게 건강하게 들어야 한다.
절제가 없으면 난잡함이다.
⠀
김윤아도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
이 앨범을 내기 전에 이런 곡을 내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거 같다고.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그래서 앞전에 'HOLA!'를 먼저 발매했다.
자우림은 확실히 말했다.
"이번 앨범은 알고 들어라"
나는 건강하게 들으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내 감정상태는
또다시 장벽을 무너뜨리고 이 노래들의 가사들을 통해 분명히 파고들어 갈 것이다.
그랬을 때 분명히 나에게는 좋지 않다.
그게 위로가 될지언정.
이 내용, 이 앨범, 이 가사들이 나에게는 엄청난 위로와 감동을 줄지언정 그것에 젖어들어서 파고들지는 말아야 한다. 다만, 이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고 진솔하게 느끼고, 나에게 와닿는다면 이 앨범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그만큼 나에게 좋은 앨범인 것이다.
⠀
감정적으로 충실한 건 좋다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좋지 않다. 이것을 잘 알고 들어라고 했다.
자우림은 이런 감정 이런 세상 이런 시선을
이해하라는 거지, 그것에 동화돼서 결핍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이 감정의 중심에 바로 서서 음악을 들을 때는 몰입했다가, 다시 깔끔하게 빠져나왔다가 그렇게 건강하게 음악을 듣기를 바란다.
⠀
이걸 알고 듣는 것과, 생각하지 않고 듣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람은 감정에 취할 수 있으니까. 엉망진창인 내 모습일지언정
건강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자우림 음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
슬픔에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별을 했을 노래는 적나라하고 진솔하고,
그래서 위로가 되고. 잘 와닿지만 어떻게 내 마음이 회복되고 있는지 느껴봐야 하고, 모든 것들을 마치 옳은 것처럼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