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은 화장실을 내가 닦았다

by 티보치나

엄마가 죽은 뒤

내가 처음 한 일은 마스크를 끼고,

락스를 들고

화장실 바닥을 닦는 일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죽음이 유산처럼 남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나는 냄새는

엄마가 죽은 장소의 화장실 냄새다.

나는 아직도 엄마의 자살현장,

화장실을 청소한 경험 때문에

우리 집 화장실 청소를 잘하지 못한다.

타일바닥, 물이 고이는 배수구, 남아있는 세제 냄새, 하수구 냄새, 물 냄새만 맡아도 심장이 먼저 기억한다.

이곳이 한 번 죽음을 품었던 장소라는 것을.

가끔은 화장실 문을 열 때, 문 앞에 서기만 해도 손이 먼저 굳어버릴 때가 있다.

물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잠깐 숨을 멈춘다.

그날의 정적이 아직도 이 방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집인데도 그렇다.

평범한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장소는 시간이 지나도 과거로 남는다.

화장실 문은 항상 닫혀있어야 한다

문을 열기만 해도 그날의 공기가 다시 밀려 들어오는 것 같다. 그날의 공기와 그날의 침묵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작은 문 하나를 제대로 열지 못한다.

그곳에는 아직

엄마의 마지막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저

냄새가 되고

장소가 되고

몸의 반응이 되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가끔 깊게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산다.

나에게 자살이란 '선택'이 아니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마치 오래전에 정해져 있던 순서처럼.

엄마 - 아빠 - 나.


어떤 딸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산다

나는 엄마가 죽은 자리를 닦으며 산다.



엄마가 사용했던 번개탄과 수면제의 흔적,

며칠 동안 묵혔던 죽은 사람의 피 냄새는

아직도 내 코안에서 저릿하게 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끔 숨을 들이마시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어떤 기억들은 냄새로 남으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때로 냄새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어떤 장소는 시간이 지나도

현재 같은 과거로 남는다.

엄마의 마지막 표정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눈이 다 감기지 않은 흰자만 보이는 눈,

절반이상 벌려져 있는 입. 기괴한 얼굴, 표정.

아빠가 돈을 아끼겠다고 시킨

엄마의 자살현장청소.

나는 걸레를 들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물을 짜고, 다시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타일 위를 닦는 동안 내 손이 무엇을 지우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떤 장면은 걸레로도,

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엄마가 죽은 장소를 가장 오래 바라본 사람은 아마 나일 것이다.

그날 나는 딸이 아니라 청소하는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의 기억에는

청소가 되지 않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시간은 많은 것을 흐리게 하지만

어떤 장면은 그대로, 그 시간에 멈춰있다.

어떤 밤에는 그 기억 때문에 숨이 얕아지기도 한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정적,

그리고 아무 말도 없던 눈이 채 감기지 않고

입만 벌리고 있던 엄마의 죽은 얼굴.


'죽은 사람의 얼굴은

죽은 뒤에도 이렇게 오래 남구나.'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건가, 내 상태가 아무리 많이 호전이 되었다고 한들, 더 이상 자해도, 자살시도도

하지 않는 지금에서도, 내 기억 속의 엄마는

그날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엄마는 그날의 얼굴로 멈춰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눈을 감는 게 두렵다.


엄마가 살아생전 주차장에서 흐릿하게 웃으며

담배를 피우는 그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가끔씩 엄마가 꿈에 나온다. 눈을 감지 못한 채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목을 맨 채 앉아 있는 모습.

꿈속의 화장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고,

물도 흐르지 않고, 창문도 열려있지 않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그대로 앉아 있다.

나는 그 앞에 서 있지만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한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장면은 오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늘 같은 곳에서 깨어난다.

숨이 헐떡이며 천장을 바라보며,

그리고 한동안

내가 아직 꿈을 꾸는 건지, 현실인지 구별도 못한 채

악몽에서 허우적댄다.

냄새가 되고

장소가 되고

꿈이 되어 돌아온다

이제는 내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가 도,

나는 그 꿈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사람처럼 산다.

어떤 기억은 평생 남는다

내게는 화장실 바닥과 벽, 하얀 타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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