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구원자, 내 첫사랑 K (3)

by 티보치나


결국 K의 손을 놓았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끝내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서러워서이다.

나는 내 몸 하나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고,

반복되는 입원과 퇴원을 오가며

무너져있었다. 그 시기에 K를 만났던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K를 만나며 많은 웃음을 찾긴 했지만 K의 눈빛은 언제나 다정했지만

늘 걱정을 품고 있었다.

그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나는 점점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K는 빛이 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 옆에서 점점 흐려지는 사람 같았다.

노력하고 노력했다.

운동도 하고, 좋은 것만 바라보려 하고.

하지만 쉽지 않았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기보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그 관계를 끝냈다.

놓지 않으면 둘 다

더 깊이 가라앉을 것 같아서.

나는 그때, 사랑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K의 자유를 위해 사랑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의 이름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놓아버린 손의 온도는 사라졌지만,

그 온도가 남긴 자리는 아직도 식지 않았다.

K가 없었다면 나도 이 자리에서,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살시도했을 당시, 현장을 봤던 사람이고,

자살시도 중에 이상한 감지를 느껴 119를 불러 나를 살린 사람이다.


우리는 분명 서로를 사랑했지만

나는 나를 지키지 못했고

그 사랑까지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정신과를 오가며 몇 번이고 무너지던 나와,

그 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아파하던 사람.

결국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어떤 이별은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끝내 자신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이 있어도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별은 보통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식어서 온다고들 말하지만, 우리의 이별은 달랐다.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고,

오히려 너무 선명해서 더는 함께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점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갔고,

그 사람의 눈빛 속에는 언제나 걱정이 먼저 담겨있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K의 손을 놓았다.

놓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그 손을 잡고 있는 내가

버틸 수 없어서.

이별을 선택한 건 나였지만,

그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포기였다.

나는 사랑을 버린 게 아니라,

무너지는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끌고 가지 않기 위해 멈춰 선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조금만 덜 아팠더라면, 조금만 더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다른 결말에 닿을 수 있었을까.

함께 있는 것과, 함께일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나는 아직도 그를 다른 형태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이제 함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냈던 시간의 증거로,

조용히 내 안에 남아있는 감정이 되었다.

나는 그를 떠났지만,

그 사랑에서 끝내 벗어나는 것은 힘들었다.

어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서로 살아남기 위해 떠나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가 온다면,

나는 더 이상 두려움으로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잃을까 봐 움켜줘 지도 않고,

무너질까 봐 스스로를 지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로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연습 중이다.


잘 버티다가도

갑자기 무너지고,

괜찮아진 줄 알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가라앉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아

'약을 증량해 달라고 할까..' 하며

약에 의존해 버리는 생각을 한다.

정말 나아지고 있는 게 맞는지, 그저 더 잘 숨기게

된 것뿐인지.

그래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예전처럼 무너진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있지는 않는다는 걸.

K를 만나고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가끔은 여전히 K가 그리워서 이름을 차마 부르지는 못한 채 눈물만 삼키는 날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그 감정조차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서툴게, 조금 느리게... 살아간다.

그래도 분명히 나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조용히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에는 비로소 나 자신을 온전히 안아줄 수 있기를,

그 힘에서 타인에게 돌봄이 아니라,

내가 진정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이기를.

언젠가 내가 나 자신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때는 사랑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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