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건, 너무나 어렵고 애매한 거라서
내 안에서 밖으로 꺼내지면
맥을 못 추고 사라져 버린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건,
얼마나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건
그런 독. 선. 적. 인 생각과 행동이 무슨 소용 있을까
상대방은 오히려 내 이야기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듣기 거북할 수도 있더라.
오히려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해서 멀어지려는 친구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왜 계속 말을 안 해주냐면서 서운하다길래 말했을 뿐인데.
우울한 채로 있는 거보다 뭐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구태여 사람도 만났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공허함은 배가 되었다.
늘 느꼈던 거지만 삶이 복잡해질수록
주변, 주위가 비워지고 가벼워진다.
그래서 나는 혀끝까지 나오는 말들을 삼킨다.
여태껏 J, J가족들 덕분에 내 특기다.
언제 어떻게 말하는지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침묵하는 가다.
잘못말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침묵하는 것을 후회하는 경우는 잘 없다.
더 많이 말하고 싶어 할수록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릴 위험은 커진다.
'저는 잘 몰라요',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이 말이 편하다.
내가 정말 뱉고 싶어 하는 말과, 내 진짜 모습은 숨겨두는 게 내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유독 불안하고 긴장한다.
티 내지 않으려 애쓴다. 내 머릿속은
'있는 그대로 내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런 모습마저도 수용하고, 사람들과 섞여있는 게 아직 불편한 게 당연한 거야. 그럴 수 있지, 이상한 게 아니야
사람마다 각자 다른 환경,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자랐으면서 같은 심리를 원하고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야
내 위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주변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이해하자.'
라고 생각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몸에 항우울제를 집어넣고, 하고 싶은 말을 일기장에 끄적이다 보면 조금 나아진다.
이사 오고 나서, 앞으로는 절대 누구 대신 살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서
내 감정에 충실하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제대로 말하고 행복하게 지내야지, 연애도 할 거야.
하면서 이런저런 행복한 상상에 젖었었는데. 마음만은 예전처럼 다시는 가난해지지 말자 약속했는데.
아직은 무리인가,
좀 실수해도 괜찮은 것들, 회복가능한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조금씩,
천천히- 더 시간 지나면 많이 좋아져 있겠지?
아무것도 못했지만 괜찮아.
오늘 하루 너무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뭐 어때,
적어도 내 몸을 해치지 않았잖아.
중요한 건 다시 내일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야.
내일은 꼭 단 한걸음만이라도 밖으로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