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 Jul 18. 2021

외국에서 만난 '도를 아십니까'

 혼자 걷다 보면 갑자기 붙잡고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외국에서 길을 찾을 때 현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결심한 것이 나도 누군가 길을 물어보면  알려줘야겠다는 것이다. 래서 기껏 열심히 설명해주면 그 사람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상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물고 늘어진다. 결국은 진짜 길을 찾는 사람이 아닌 특정 종교 설파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외국에서까지 만나게 될 줄이아......




 조지아의 트빌리시에 갔을 때이다. 트빌리시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인 리케 공원(Rike Park)을 걷고 있었다.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들 조차 찾기 힘든 이곳에서 갑자기 '안녕하세요'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잘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갈 길을 다. 그런데 계속해서 '안녕하세요'라고 들렸고 심지어 더 가깝게 들리길래 뒤를 휙 돌아봤다.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은 한국인도 아니고 심지어 현지인이었다. 너무 신기하고 반가워서 나도 인사를 하며 한국어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한국어로 말을 거니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 사람이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가 전부인 듯했다. 아직은 한국어 초보인 건가? 어쨌든 이런 곳에서 한국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이 나에게 먼저 아는 척까지 해준 것이 너무 반갑고 기뻤다.


 결국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이 사람은 나에게 페이스북에 등록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내 핸드폰에는 페이스북도 안 깔려있고, 현지 유심칩도 끼지 않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상태였다. 꼭 등록해주고 싶어서 공원의 공공 와이파이를 잡으려고도 해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그 사람은 나에게 팸플릿을 하나 주며 꼭 읽어보라고 하고 떠났다. 팸플릿을 보니, 아...... 그 유명한 종교단체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은 그냥 전 세계 언어에서 '안녕하세요' 수준까지만 딱 외어서 외국인을 보면 그 나라 말을 하는 것처럼 접근하는 전략을 쓰나 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서까지 당하다니 정말 황당했다. 반갑고 기쁜 감정은 나 혼자 만의 것이었나 보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도 가판대 위에 관련 팸플릿을 올려두고 포교 활동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이 종교는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심지어 퀴라소라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나라가 있는지도 조차 모르는,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에 갔을 때도 길거리에서 저 종교를 홍보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활동 바운더리가 정말 넓은가 보다. 선의를 배신감으로 느껴지게 했던 이 씁쓸한 경험 덕분에 이제는 누가 길을 물어보면 살짝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혼자 하는 여행이 더 따뜻했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