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 Nov 07. 2020

두 번 가봐야 할 여행지


 "갔던 데를 왜 또 가?"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갔던 곳에 또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새로운 곳을 찾는다. 맛있는 식당을 발견해도 다음번에는 새로운 맛집을 찾아가고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발견했는데도 다음번에는 새로운 상품을 써본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았던 여행지여도 이미 가 본 곳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 본 곳을 또 가게 된 적도 있는데 그 느낌이 너무나도 달라 또 오길 잘했네 싶은 적이 있었다.  



 가우디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바르셀로나에 처음 방문했을 때 찾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시작된 공사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었다. 외부는 그 독특하고 멋있는 형태가 잡혀있었지만 내부는 말 그대로 공사판이었다. 백 년이 넘도록 이렇게 공사를 하고 있다니 신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로부터 8년 후에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를 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빼놓지 않고 다시 찾아갔고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인 외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내 기억 속의 그 공사판은 사라져 있었다. 너무나도 하얗고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가우디가 자연에서 받은 영감이 반영된 내부는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정말 세월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그렇게 천천히 진행되어오던 공사도 기다리니 언젠가는 이렇게 완성된 모습에 가까워져 가는구나(2010년,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내부 공사가 급속도를 냈다고도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변화해가는 여정을 목격하게 된 것 같아 왠지 모르게 특별하고 신기했다. 성당이 완공된 후에도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에 갈 수 있는 행운이 오길 바란다. 


사그라다파밀리아 외부 / 내부 / 내부의 천장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첫인상은 그 명성에 비해 너무나도 의외였다. 한여름 극성수기에 방문했더니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날씨는 엄청 덥지, 운하의 물은 더럽고 냄새나지, 내가 상상했던 낭만적인 물의 도시가 아니었다. 실망이 커서 이탈리아를 한 번 더 갔을 때 베네치아는 과감히 일정에서 제외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와 인연이 있었던지 그 후 밀라노에 갔다가 마침 카니발 기간이라고 해서 베네치아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게 되었다. 

 첫 방문과 재방문의 차이는 바로 계절, 이번에는 여름이 아니라 2월의 겨울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겨울의 이탈리아는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날씨는 코트만 입고 돌아다닐만할 정도로 그리 춥지 않고 상쾌했다. 아무리 세계적인 베네치아 카니발이라고 하더라도 여름 성수기 시즌만큼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어딜 가든 줄 설일도 없고 쾌적했다. 운하의 물은 더럽지도, 냄새나지도 않았다. 겨울의 베네치아가 바로 내가 기대했던 그 아름다운 물의 도시였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열린 카니발




 도시를 좋아해서인지 사막의 기적이라는 두바이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마침 저렴한 남방항공 티켓을 발견해 그 흔한 개인 스크린도 없는 좁은 좌석에 앉아 장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했다. 내 눈에 비친 두바이는 미래도시 같았다. 그냥 우뚝 솟은 빌딩들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두바이몰, 역시나 어마어마한 높이의 부르즈 칼리파, 바다 위에 지어진 신전 같은 아틀란티스 등 뭐하나 멋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도시 곳곳에서 건설 공사 현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개성 있는 랜드마크들이 줄줄이 선보일 대기 중인 것 같았다(이 곳은 똑같이 생긴 건물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6년 후, 출장으로 방문하게 된 두바이에서 새로운 랜드마크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어마어마함을 담당하게 된 두바이 프레임 전망대에 오르면 한쪽으로는 금시장과 도우가 떠다니는 크릭이 있는 전통의 두바이, 다른 한쪽으로는 부르주 칼리파를 중심으로 첨단 건물들이 들어선 현대의 두바이 전경이 펼쳐진다. 한편 라 메르 해변에는 레스토랑, 카페, 상점가가 세련된 모습으로 조성되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체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해가는 두바이라면 다시 한번 찾게 되더라도 또 다른 새로움을 선사할 것이다.  


라 메르 / 두바이 프레임


  어쩌면 '갔던 데를 왜 또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던, 계절이던 또는 나 자신의 마인드에 따라 이미 가 본 곳도 똑같은 곳이 아니라 새로운 장소가 될 수도 있겠다. 이 넓은 세상에 아직 못 가본 곳들도 많지만 똑같은 곳에 가도 또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녀가 반한 자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