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평균(Average)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대학에 지원할 때 그리고 직장에서 일을 할 때 등 거의 평생 동안 평균에 얼마나 근접하였는지 또는 평균을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개개인의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평균 점수, 평균 소득 등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평균이라는 개념을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평균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말 평균이 우리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평균이 우리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평균에 대한 인식이 만약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글은 평균의 허상,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평균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다음 글을 통해 앞으로 평균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우리의 개개인성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려고 한다.
평균의 허상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볼 때, 평균이라는 개념이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우리에게 유효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균적인 인간을 바탕으로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Case 1] 미국 공군의 조종석 설계
미국 공군은 남성 조종사 수 백명의 신체 치수를 잰 뒤에 그 평균값으로 조종석을 설계하였다. 하지만 이후에 조종사 4,063명의 키 / 가슴 / 가슴둘레 / 팔 길이 등 조종석 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10가지 항목에 대한 신체 치수의 평균값을 측정한 뒤, 실제 조종사의 신체 치수와 비교한 결과 평균적인 조종사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 10개 전 항목이 평균인 조종사는 0%, 10개 중 임의 3개 항목이 평균인 조종사는 약 3% 였다)
즉, 모두에게 맞는 조종석을 만들기 위해 평균을 사용하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만들게 되었다.
[Case 2] 미국 노르마 조각상
미국에서는 1만 5천 명의 여성의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여성의 전형적인 체격을 정의하고, 노르마 조각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와 닮은꼴 찾기 대회에 참가한 여성 3,864명 중 9개 전체 항목에서 평균 범위에 드는 여성은 없었으며, 5개 항목이 평균에 포함된 여성은 40명 미만에 불과했다.
즉, 조종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평균에 기반한 완벽한 미인은 없었다.
하지만 위 사례가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한 평균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 다른 두 그룹 (ex. 미국 조종사 vs 한국 조종사)을 비교하는 경우라면 지금까지와 같이 평균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개개인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위 사례들처럼 평균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집단보다는 개개인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이 내용에 대해서는 이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평균이라는 개념을 활용하기 시작하였을까?
평균은 그 개념을 만들어 낸 아돌프 케틀레, 널리 퍼트린 프랜시스 골턴 그리고 우리 삶에 정착시킨 프레드릭 테일러, 이 세 사람에 의해 우리 곁에 정착하게 되었다.
가. 평균적 인간 개념을 통해 평균의 시대를 연 아돌프 케틀레
1840 년대 초, 과학자 케틀레는 스코틀랜드 병사 5,738명의 가슴둘레 치수의 평균을 구하였으며, 이는 인체의 특징을 평균값으로 낸 첫 사례였다. 케틀레는 인간에게 평균의 개념을 적용하면서 평균적 인간이 참 인간에 해당하고 , 이와 다른 개개인은 오류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평균적인 사람이 아닌 경우에 모두 오류에 해당하는 말은 너무 간단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을 한 가지 기준으로 재단한다는 점에서는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는 생각이 든다.
나. 평균에 계층 개념을 도입한 프랜시스 골턴
프랜시스 골턴은 평균에서 벗어나는 개인 모두를 오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케틀레의 신념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다. 그 이유는 골턴이 은행/제조업으로 부를 쌓은 상류층 출신으로 자신이 탁월한 우월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즉, 우월한 계층에 속하는 자신과 평균 이하의 저능한 사람들이 동일하게 평균을 벗어나는 오류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골턴은 인간을 '저능층(평균 이하) - 평범층(평균) - 우월층(평균 이상)'의 14개 계층으로 분류하였고, 그가 사용한 계층 개념은 지금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이지만 이 역시 평균을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나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분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 산업계에 평균의 개념을 확산한 프레드릭 테일러
테일러는 평균주의를 도입함으로써 산업계의 비효율성을 체계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최선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단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표준화(Standardization)'이다. 표준적인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사람(=관리자)을 만들어 근로자를 감독하고 업무처리 표준을 준수하도록 책임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가 고안한 표준화된 시스템에 적합한 '평균적'인 근로자를 키우기 위한 표준화된 교육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배경, 자질, 관심사 등은 무시한 채 모든 학생에게 표준화된 동일한 교육을 하기 시작한다. 테일러의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시스템은 안정적이고 부유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
그 당시 자리 잡은 평균/표준화/동질성에 대한 인식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학교와 직장,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기대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즉,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되어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리고 그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개인보다 시스템이 중시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테일러가 만든 평균의 세상 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평균의 개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돌프 케틀레가 평균의 개념을 도입한 이후 약 15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는 그들이 경험한 사회와 분명히 다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Rule 역시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를 얽매고 있는 평균이라는 개념에서 어떻게 벗어나 개개인성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개개인성에 집중할 수 있는 세 가지 원칙(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생각]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평균이라는 개념을 그동안 살아오면서 너무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으면서 평균보다 잘하면 내가 우수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 그리고 평균보다 못할 경우에는 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았던 경우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왔지만,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고 비교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HR을 하는 사람으로 회사 내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 책을 읽는 동안이 나에게 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