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원하지만 다시 소속되고 싶은 마음
8월 말부터 나의 소속이 사라진다. 퇴직 후의 삶을 오랫동안 생각해 봤지만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투병생활 동안 생존과 육아에 집중한 탓일까? 미래에 대해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생존해 있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자. 육아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컸으니 큰 비중에서 좀 내려놓자.
마흔 중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오랫동안 쉬었으니 알바를 해볼까? 퇴직 바로 직후라 어딘가에 메이고 싶지 않다. 시간이 고정되는 일은 피하자. 나를 걱정하고 챙기는 친구들이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시간제교사, 기간제교사를 골라서 가라고 조언해 줬다. 그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내가 원할 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슬슬 일을 시작해 보고 싶다.
올해 초에 복직을 시도했었다. 항암도 잘 이겨냈고 휴직이 길어져서 다시 일하고 싶었다. 오랜 휴직을 거치며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참 좋았겠지만 정규직교사에게는 오랜만에 복직한 사람은 선택권 따윈 없었다. 학년과 업무를 보니 다시 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건강할 때 빼지 않고 앞장서서 일하는 스타일이었건만 몸이 약해지니 몸을 사리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정규직에서는 못하겠다고 퇴짜 놓은 교사를 퇴직하고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호봉이나 월급은 정규직과 비교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 나에게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호사이다.
사실 나의 생활은 퇴직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모해 먹고살지?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미국 배당주가 핫하던데... 미국 주식은 하루에 오천 원씩 적립식 매수를 하고 있고 코인은 딱 만원 어치만 사봤다. 정찰병으로 한 주 씩 사놓고 추이를 지켜보려고 한다. 아니면, 하루종일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샵을 운영해 볼까? 아니면 집에 공부방을 차려볼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퇴직금와 연금을 묵혀놓고 60세가 넘어서 연금을 타서 생활하기에는 내 건강에 대한 자신이 없다. 그때까지 오래 산다 해도 20년간 묵혀놓느니 다른 쪽에 재투자해서 재산을 늘리는 게 낫겠다 싶다. 남편 국민연금이 있으니 나중에 다 망하면 손가락 빨고 살지는 않을 테고 지금 급 생긴 돈을 빚 갚는데 전부 올인하지 않고 투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상황이라 부동산 투자는 어려울 것이다. 역세권 소형 아파트 부동산 매입이 제일 안전한데 말이다. 미국 배당주나 상장 예정인 회사나 더더 알아보고 알바도 뛰어보고 싶고 뭐가 퇴직 후가 선택권도 넓어지고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뭘 하든 하지 않든 내 마음이니까. 퇴직하면 큰일 날 줄 알았는데...
퇴직해도 괜찮구나!
그냥 쉬면 되는데 왜 이렇게 뭐가 하고 싶은지... 병이다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