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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ger Kim 김흥범 May 10. 2018

로켓인터넷과 블록체인 비즈니스

오픈소스로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멀티코인 캐피탈의 매니징파트너 'Kyle Samani'가 쓴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를 허락 하에 번역했습니다. 본문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아직 미성숙한 기술입니다. 8~90년대의 컴퓨터와 비슷하죠. 어찌어찌 돌아가긴 하지만 실제로 쓰임새가 많진 않습니다. 사용자들도 지극히 기술친화적인 사람들이고, 해서 대부분 논의들은 고투마켓(go-to-market) 전략보다는 기술적 한계점 같은 논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들고, 이끌고 있는 사람들살펴보면 ’잘 만들면, 고객은 따라올 거야.’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비트코인에서 일어나기도 했죠. 2011년에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가 아무 가이드라인 없이 프로젝트를 떠났는데, 뭐 나름 괜찮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일이 이더리움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수억 달러는 족히 있는 이더리움의 리더 비탈릭 부테린은 거의 비행기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이더리움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당연하게도 비탈릭은 대중 앞에서의 발표보다 이더리움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일을 더 좋아합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는 비탈릭은 매일 시차로 인한 피로를 안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여 미친 듯이 일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더리움을 만들던 중 비탈릭은 중국어도 배웠습니다. 이를 활용해 이더리움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죠. 비탈릭의 눈물겨운 노력 외에도, 이더리움 재단 또한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키워내기 위해 엄청난 물적, 시간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더리움을 저절로 찾아간 것이 아닙니다.
이더리움 재단이 이더리움을 들고 시장에 찾아간 것이죠.

블록체인 기술이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라는 걸 고려하면, 경쟁자들은 다른 이의 코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베끼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작자들의 코드를 바탕으로 경쟁관계의 재단을 세울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더 더 많아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되짚어 보자면,


1. 라이트코인이 비트코인을 포크 해서 생겨남.

2. 모네로가 비트모네로를 포크 해서 생겨남. 비트모네로는 바이트 코인을 포크 한 것. 오늘날 모네로는 가장 널리 쓰이고, 값이 비싼 프라이버시 코인. 바이트 코인과 비트 모네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짐

3.DAO 해킹사태로 이더리움 포크가 발생. 이더리움 클래식이 생김. 정확히 같은 기능을 가진 두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경쟁구도를 띄게 됨

4.Z클래식이 Z캐시로부터 포크 해서 생겨남. Z클래식은 Z캐시와 달리 창립자 보상을 제외했음.

5. 비트코인 캐시가 비트코인을 포크 해서 생겨남.  커뮤니티, 코드 베이스, 원장(Ledger), Hash power 등이 쪼개짐.

6. 이더리움팀이 Z캐시 팀과 협업해 SNARKs를 이더리움에 추가함. 이더리움에 Z캐시 스타일의 익명성(프라이버시)이 더해짐.

7. 코스모스가 틴더민트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위에서 이더리움을 바로 이용하는 것보다, 코스모스의 시스템에서 이더민트 체인을 구동하기 위한 댑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이더리움 가상 머신의 코드를 가져와 시스템을 매우 쉽게 만들었음.

8. 포크 델타가 이더 델타를 포크 해서 생겨났음에도 불과 몇 달 만에 이더 델타를 따라잡았음

9. 비트코인 프라이빗이 Z클래식과 비트코인을 포크 해서 생겨남. SNARKs를 비트코인 원장(Ledger)에 추가하였음.

10.이더리움의 경쟁자인 헤데라 해시 그래프가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와 공조하기 위해 이더리움 가상 머신을 채택하였음.

11. 모네로에서 2번의 포크가 일어났고, 모네로 V와 모네로 클래식이 생겨났음.

12. 이더리움의 경쟁자인 EOS는 막대한 양의 이더리움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이더리움의 가격 상승에 압박을 가하고 있음.

13. WAX는 자체 체인인 WAX 체인을 만들기 위해, EOS 소프트웨어를 포크했음.

14. 여러 블록 프로듀서들이 EOS 체인을 내놓을 것임. 그중 몇몇은 EOS ERC20 토큰 분배를 충실히 지키지는 않을 것.

15. 사람들이 벌써 이더리움 플라즈마 체인에서 EO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음.


공공연히 알려진 몇 개 사례만 추려도 이 정도입니다. 베끼기, 포킹, 훔치기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말쯤 되면 저런 예가 수백 개는 족히 나올 테죠.


오픈 소스 코드가 원작자의 허락 없이 복제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오직 ‘네트워크 효과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네트워크 효과 구축’은 1) 고투마켓(go-to-market) 전략과 2) 이에 기반한 실행, 이 두가지가 핵심입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의 열쇠는 1) 고투마켓 전략과 2) 이에 기반한 실행입니다. 기술력 이라던가 제품 그 자체는 거의 무의미하죠.


대부분의 암호화폐 팀에게 굉장히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암호화폐 팀들에게 “이 조직의 최대 강점은 뭔가요? 기술력? 제품? 아니면 고투마켓 전략?” 고투마켓 전략+실행이 그들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는 아마 1%도 안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면 어떨까요? 간단히 예를 들어봅시다.

1. 디피니티가 만든 ‘Threshold relay’가 확장성 문제를 멋지게 해결한 최고의 컨센서스 모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EOS는 그들의 DPoS 컨센서스 알고리즘을 걷어내고 threshold relay로 대체해버릴지도 모릅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비근한 예를 가져오면, 단 한 명의 애플 엔지니어가 PowerPC의 Mac OS를 intel에 이식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약 단 한 명의 엔지니어가 말 그대로 기계와 OS 자체를 뜯고 내고 이식할 수 있다면, 작은 팀이 컨센서스 모델을 통째로 바꾸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2. 한 스테이블 코인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합니다. 이 회사는 이제 큰 규모의 상거래에 본인들의 스테이블 코인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유통/영업’ 파트너 스퀘어에게 접근합니다. 이제 스퀘어는 전장에서 검증된 코드와 경제학 모델을 냉큼 들고, 그들의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합니다. 물론 이 스테이블 코인 전체 발행량 중 많은 부분을 챙겨가겠죠.

3. 텔레그램이 터무니없는 130 장짜리의 백서를 내놓았습니다. 암호화폐가 겪고 있는 주요한 기술적 한계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주장합니다. 익명성(프라이버시), 확장성, 분산 컴퓨팅과 분산 스토리지, 인센티브 구조를 내재한 대역폭 라우팅 등등. 텔레그램은 사실 이 중 어떤 것도 직접 개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이 문제를 푸는 팀들의 오픈소스 기술을 하나씩 가져와서, 매달 2억 명 이상이 쓰고 있는 텔레그램 앱에다 합치면 되죠. 게다가 텔레그램은 이런 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말 그대로’ 돈을 찍어낼 수도 있습니다.

4. 3번의 “텔레그램”을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아니면 “안드로이드”나 “iOS”로 바꿔 읽어봅시다.


이미 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가진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아마 막대한 양의 자본을 조달해야 할 테고, 이 자본을 시장 진출을 위해 퍼부어야 할 테죠. 소프트웨어는 스스로 시장에 나서지 않습니다.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진출시켜야 하죠.


지금까지의 암호화폐 기업가들은 거의 ‘이데올로기’에 이끌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들이닥칠 기업가와 경영진은 시장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조달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들이지, 이데올로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몇 년 더 지나면, 많은 팀들이 자신들이 직접 짠 코드를 그대로 베낀 경쟁자들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날 것입니다. 한바탕 피바람이 불테죠. 이미 로켓인터넷이라는 훌륭한 선례도 있습니다. 로켓인터넷은 미국에서 성공하는 팀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유럽에 똑같은 모델을 들고 진출했습니다. 잘 따라 했고, 잘 먹혔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로켓인터넷 짝퉁은 더 많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 기술은 기본적으로 오픈소스기 때문에 베끼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시장과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직감이 드는 순간. 바로 시장에 제품을 쏘아 넣을 수 있도록 고투마켓 전략을 미리부터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뒤에 올 경쟁자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의 '기술' 자체는 그대로 베껴 사용할 테니까요.


공감가는 구절이 한 두개가 아니라, 통으로 번역해봤습니다.

이것 저것 아낌없이 내어주면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이 좀 치사해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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