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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글쓰기 2.0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진짜 정체 : 왜 문과생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가?

by 서지삼


여러분은 ChatGPT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과제 좀 도와줘" 또는 "이거 설명해줘"라고 간단히 입력하고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답변을 받아 당황했을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똑같은 AI에게 어떤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유용한 답변을 받아낸다면,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기술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기술의 핵심이 우리 문과생들이 늘 해왔던 '글쓰기'와 매우 비슷하다는 거예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그게 뭐길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AI와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기술"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AI가 우리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원하는 답변을 내놓도록 질문이나 지시를 설계하는 과정이죠.

생각해보세요. 친구에게 부탁할 때도 "그거 좀 해줘"라고 막연히 말하는 것보다 "내일 오후 2시까지 이 자료를 요약해서 파워포인트 5장으로 만들어줄래? 핵심 포인트 위주로 정리해줘"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잖아요. AI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중요할까요?

AI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나 지시가 모호하면 AI도 혼란스러워합니다. 잘 설계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옵니다:

1. 정확한 의도 전달: AI가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합니다

2. 시간 절약: 여러 번 질문을 수정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고품질 결과물: 더 구체적이고 유용한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코딩 없이도 AI 활용: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AI의 강력한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비교: 좋은 글 vs 좋은 프롬프트

나쁜 글의 예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정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떻게든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글의 예

"2024년 현재 한국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특히 30-40대 직장인들은 주택 대출 이자 부담과 생활비 상승으로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긴급히 ①금리 인하 압박, ②생활비 지원책, ③주택 공급 확대라는 3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나쁜 프롬프트의 예

"경제에 대해 써줘"

좋은 프롬프트의 예

"당신은 20년 경력의 경제 기자입니다. 2024년 한국 경제 현황을 30-40대 직장인 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기사를 800자로 작성해주세요. 다음 구조로 써주세요: ①현재 상황 진단 ②주요 문제점 3가지 ③정부 대응책 평가 ④개인 대응 방안. 전문적이지만 이해하기 쉬운 톤으로 작성해주세요."


차이가 보이시나요?



글쓰기 능력이 곧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나타납니다.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대학에서 배운 글쓰기 능력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1.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다듬는 편집 능력

좋은 에세이를 쓸 때 우리는 문장을 다듬고, 논리적 흐름을 만들고, 모호한 표현을 제거하죠. 프롬프트 작성도 똑같습니다. "AI에 대해 알려줘"보다는 "대학생을 위한 AI 기초 개념을 5가지로 요약해줘"가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요.


2.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시 능력

리포트를 쓸 때 형식, 분량, 어투 등을 지정받듯이, AI에게도 명확한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너는 10년 경력의 마케팅 전문가야. 20대 대학생을 타겟으로 한 SNS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줘"처럼 역할과 맥락을 부여하는 거죠.


3.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어내는 질문 능력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듭니다. "왜?"라고 묻는 것과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현재에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라고 묻는 것의 차이를 아시나요? 후자가 훨씬 풍부한 답변을 이끌어냅니다.


문과생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강한 7가지 이유

이제 왜 문과생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유리한지 명확해집니다. 글쓰기의 달인이니까요.


1. 독자(AI) 분석과 관점 설정에 능숙합니다.

문과생은 "누구에게 쓰는 글인가?"를 항상 고민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AI에게 특정 역할이나 관점을 명확히 부여하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AI는 지시자의 요청에 따라 페르소나(전문가, 조언자, 비평가 등)를 바꿔가며 응답합니다. 문과적 사고방식은 AI를 ‘내 글의 독자이자 화자’로 상정하고, 그에 맞는 맥락을 제시하는 데 탁월합니다.

예시: ❌ "번역해줘"

✅ "당신은 10년 경력의 전문 번역가입니다. 다음 영어 논문을 한국의 대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번역해주세요."

이처럼 구체적 역할을 설정하는 프롬프트는 결과물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입니다. 문과생의 훈련된 ‘관점 이동’ 능력이 직접적으로 발휘되는 영역입니다.


2. 맥락 제공과 배경 설명이 탁월합니다.

좋은 글은 항상 독자가 빠르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과 맥락 정보를 충실히 제공합니다.

AI도 사용자 요청의 배경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상황에 맞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고서 초안을 부탁할 때, 단순히 "보고서 써줘"가 아니라 "000기업 대리가 재무부서 팀장에게 올리는 사업기획 보고서입니다. 독자는 반도체 분야 재무 전문가이고, 목적은 예산 승인 요청입니다"라고 맥락을 제공하면 훨씬 실용적인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처럼 문과생은 ‘누가-언제-왜-어디서-무엇을’에 대한 맥락 설명을 습관적으로 덧붙입니다. 그 결과, AI의 응답은 실제 상황과 목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정교해집니다.


3. 논리적 구조를 자연스럽게 설계합니다.

문과 교육의 핵심은 논리적 구조의 반복적 훈련입니다. 서론-본론-결론, 문제제기-원인분석-해결방안, 또는 비교-분석-종합 등 다양한 글쓰기 구조를 몸에 익혔기 때문에, 프롬프트에서도 자연스럽게 복잡한 논리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먼저 현황을 간단히 정리한 후, 주요 문제점 세 가지를 제시해 주세요. 이어서 각 문제에 대한 원인과 실질적 해결책을 표로 정리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를 들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계적 요청과 명확한 형식 제시는 AI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결과물을 내놓게 만듭니다. 비문과생이 흔히 간과하는 ‘논리적 짜임새’가 바로 문과생의 강점입니다.


4. 어조와 문체를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능합니다.

문과생은 상황에 따라 격식체/비격식체, 딱딱함/부드러움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줄 알죠. 이는 프롬프트 작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입니다. AI에게 결과물의 어조, 문체, 말투,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공공기관에 제출하는 공식 문서이므로 격식 있고 간결한 문체로 작성해 주세요.”

“블로그 포스팅이니 대화체, 친근한 어조로 써 주세요.”

“논문 초록처럼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어조로 요약해 주세요.”

이런 세밀한 어조·문체 지시는 AI의 결과물을 목적에 꼭 맞게 만듭니다.



5.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표현이 뛰어납니다.

문과생은 추상적 표현보다 구체적 사례와 논증, 실제 데이터, 체험적 언어 사용에 익숙합니다.

“좋게 써줘” 대신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실제 성공사례나 실패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써 주세요”처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 정책의 장점을 써 주세요.” 보다는 “이 정책이 현장에 적용되어 긍정적 영향을 준 구체적인 사례를 한두 개 들어,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장점을 설명해 주세요.”라는 프롬프트가 낫습니다. 구체성의 차이가 AI의 답변 품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6. 비판적으로 결과물을 검토하는 역량이 탁월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받고 "이건 좀 이상한데?" "여기 논리가 안 맞네?" "이 부분은 편향적이야"라고 판단하는 능력. 이게 바로 문과 교육의 핵심입니다. AI의 결과물이 논리적으로 빈약하다거나, 편향적이거나, 현실과 맞지 않을 때 곧바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답변은 논리적 일관성이 떨어집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연결고리가 부족한데, 각 주장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보완해 주세요.”

“해당 결과는 특정 집단의 관점에 편향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균형 있게 반영해 주세요.”

이렇게 비판적으로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 요청을 반복함으로써, 더욱 완성도 높은 산출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7.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데 익숙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첫 글이 완성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쓰고-읽고-고치고를 반복하죠. 문과생은 초안 작성, 자기 점검, 수정, 재작성… 이러한 순환 과정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프롬프트 결과도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선합니다. 첫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이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봐"라며 계속 다듬어나가는 거죠.

“이번 답변은 지나치게 일반적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나 현장 사례를 추가해 주세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본 대안을 함께 제시해 주세요.”

반복적으로 요청과 수정을 거치면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집요하게 다듬는 태도가 곧 문과생의 실력입니다.


프롬프트 리터러시, 새로운 디지털 격차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능력의 차이가 새로운 형태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프롬프트 작성 능력에 따라 얻는 결과물의 질이 천차만별이 됩니다. 이는 마치 같은 검색엔진을 사용해도 검색 능력에 따라 찾는 정보의 질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서 정말 중요한 건 코딩 실력이 아니라 소통 능력입니다. AI를 내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건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자연어거든요.

그리고 자연어로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은... 바로 우리 문과생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죠.

더 이상 "나는 기술을 몰라서..."라고 주눅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연마해온 글쓰기 능력이 바로 AI 시대의 최고 무기예요.


문과생 여러분, AI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AI는 우리를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문과생이 가진 언어적 감각, 논리적 사고력, 인문학적 통찰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우고 훈련해온 글쓰기 능력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 중요한 역량이 됩니다. 다만 그 대상이 인간 독자에서 AI로 확장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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