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전문가만으로는 AI 혁명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2025년 6월 9일 클로드(Cladue) 제작사인 앤트로픽 CPO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는 "OpenAI killed my startup" 밈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AI 거대 기업에 맞서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3가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법률이나 생명공학처럼 깊은 도메인 지식을 가진 스타트업은 AI 거대 기업에 대항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Anthropic이 과학 실험실을 위한 솔루션을 직접 만들지는 않겠지만, 그런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싶다고 언급합니다. 둘째,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셋째, AI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실험해볼 것을 권합니다. 초기에는 '파워 유저'나 '이상한' 시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중에 큰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3-ways-startups-can-defend-themselves-ai-giants-anthropic-cpo-2025-6
우리나라 공공기관인 '한국지능사회정보원(NIA)'는 작년에 버티컬AI에 대한 개괄적인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AI@Data Report 2024-제3호: 버티컬 AI로의 변화 및 과제」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주목받았던 범용 AI(LLM)에서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https://www.nia.or.kr/site/nia_kor/ex/bbs/View.do?cbIdx=39485&bcIdx=27241&parentSeq=27241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심층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의료, 법률, 금융, 뷰티,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많은 문과생들은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특히 NIA 보고서가 강조하는 '버티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문과생 여러분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술 전문가만으로는 AI 혁명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버티컬 AI'라는 개념을 소개해드리며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챗GPT와 같은 AI는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평적(Horizontal) AI'입니다. 하지만 NIA 보고서는 이러한 범용 AI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범용 LLM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지만, 의료·법률·금융 등의 전문 영역에서는 고도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밀한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런 '만능 해결사'보다 특정 분야의 문제를 깊이 있게 해결해 줄 '전문가' AI가 더욱 절실합니다. 바로 여기서 '버티컬(Vertical, 수직적) AI'가 등장합니다.
버티컬 AI는 특정 산업·분야의 고유 전문지식과 심층 정보를 학습하여 도메인의 심층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NIA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단순히 기술적 발전이 아니라 AI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버티컬 AI의 핵심 특징을 살펴보면:
산업 최적화: 특정 산업 분야의 요구사항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해당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
혁신적 문제 해결: 기존에는 불가능하거나 어려웠던 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발굴
전문성 및 정확성: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깊이 이해하여 높은 정확성과 신뢰성을 갖춘 솔루션 제공
숫자로 보는 버티컬 AI의 미래는 더욱 놀랍습니다.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2년 107억 9천만 달러에서 2032년 1,180억 6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27.0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요.
특히 주목할 점은 도메인 특화 LLM이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범용 AI에서 버티컬 AI로의 전환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계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한 필연적 변화임을 보여줍니다.
https://zdnet.co.kr/view/?no=20250606141857
NIA 보고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버티컬 AI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의료 분야:
Viz.ai의 뇌졸중·동맥류 조기 징후 식별 AI
Nuance의 의사-환자 대화 실시간 분석 및 의료문서 자동 변환 서비스
법률 분야:
하비(Harvey)의 법률 계약서 초안 작성 및 판례 분석 AI
렉시스넥시스의 대화형 법률 정보 검색 및 콘텐츠 생성 서비스
뷰티 분야:
로레알의 AI 기반 하이퍼 개인화 뷰티 서비스
시세이도의 얼굴 화상 기반 미래 피부고민 예측 기술
금융 분야:
JP모건의 AI 성숙도를 바탕으로 한 금융 AI 소프트웨어 개발
블룸버그 GPT의 금융 특화 언어모델 서비스
범용 AI가 모든 분야에서 70점짜리 답을 내놓는다면, 버티컬 AI는 특정 분야에서 90점, 100점짜리 답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실제 업무에 즉시 투입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버티컬 AI' 도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문가 AI', 즉 버티컬 AI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뛰어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NIA 보고서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버티컬 AI를 진정한 전문가로 만드는 핵심 요소는 바로 '도메인 전문 지식(Domain Expertise)'과 '심층 데이터'입니다.
보고서는 버티컬 AI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심층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신뢰성 데이터: AI의 정확도, 도움도, 유해성 등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데이터
추론용 데이터: AI가 학습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적 데이터
규범·문화 데이터: 각국의 문화, 규범, 관습, 예절 등을 반영한 글로벌 대응 데이터
AI에게 의료 영상을 판독하게 하려면, 단순히 수많은 X-ray 사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진이 정상이고 어떤 사진이 질병인지,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의료 윤리', '법적 기준' 등의 심층 정보를 가르쳐야 합니다.
금융 AI에게 투자 분석을 맡기려면, 경제 지표와 시장 상황, 투자 상품의 특성뿐만 아니라 '금융 규제', '리스크 관리 원칙', '고객 보호 기준' 등 복합적인 금융 지식을 학습시켜야 합니다.
결국 버티컬 AI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과 심층 데이터를 얼마나 잘 학습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됩니다. AI가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NIA 보고서가 수집한 현장의 목소리는 버티컬 AI 개발에서 도메인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현장의 목소리 - AI 개발 포기 사례]
"A 회계기업은 자사 보유 데이터를 오픈소스 AI모델에 학습시켜 회계 AI 서비스를 개발하였으나, 성능 미흡으로 포기했습니다. 사유는? 회계 AI 성능개선을 위해서는 회계기준 등 해당 분야 배경지식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나 방대한 회계기준을 데이터화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목소리 - 데이터 확보의 현실]
"B 헬스케어 기업은 학술자료·데이터를 바탕으로 증상에 따른 관련 질환소개 서비스를 개발완료했지만, 병원·진료과목 안내를 위해 각 병원의 전문인력(전공·경력 등) 사항, 의료시설·장비 데이터를 각각의 병원별로 협조요청하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IT 부서나 개발자들의 몫이지만, AI에게 '도메인 전문 지식'을 가르치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현업의 시각에서 검증하며,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일은 기술 전문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로 문과생 여러분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이는 현장에서 지금 현재 직접 업무를 수행하며 해당 분야의 프로세스, 규정, 고객 특성, 시장 동향,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맥락까지 꿰뚫고 있는 '현업 근무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현업 근무자의 상당수는 인문학, 사회과학, 상경계열 등을 전공한 문과생들입니다.
NIA 보고서가 제시하는 국내외 버티컬 AI 사례들을 보면, 문과생들의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법률 분야: 법조인의 전문성이 AI의 핵심
로앤컴퍼니: 생성형 AI 기반의 '법률 리서치', '초안 작성', '문서 요약과 분석' 서비스 개발 - 법학 전공자들이 AI에게 법률적 판단 기준을 학습시킴
인텔리콘연구소: 법률특화 대형언어모델 '코알라(KOALLA)' 개발 - 법률 전문가들이 건축지식까지 융합한 '코알라-울트라' 개발 예정
뷰티 분야: 소비자 심리와 트렌드 이해가 관건
아모레퍼시픽: '컬러테일러' 앱에서 150개가 넘는 약 6,000개 넘는 입술 제품 중 사용자의 퍼스널컬러와 비슷한 립스틱을 선정 - 뷰티 전문가들의 색상 이론과 소비자 선호도 분석이 핵심
룰루랩: 스마트 미러를 통해 7가지 피부 항목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 - 피부과학 지식과 화장품 성분 전문성이 결합
금융 분야: 시장 이해와 고객 특성 파악이 필수
신한은행: 고객의 금융서비스 접속정보, 거래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탐지·분석해 이상금융거래를 확인하는 하이브리드형 시스템 구축 - 금융 전문가들의 리스크 판단 기준이 AI 학습의 토대
올거나이즈: 금융 도메인에 특화한 데이터 기반의 검색, 요약 등을 지원하는 금융 특화 AI 언어모델 '알리 파이낸스 sLLM' 개발
미디어·콘텐츠 분야: 창작과 기획 역량이 AI의 차별화 요소
CJ ENM: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AI로 만든 자작나무 숲 이미지를 지름 20m 초고해상도 타원형 LED 화면에 활용 - 스토리텔링과 영상미에 대한 기획자들의 안목이 AI 활용의 핵심
라이언로켓: 작가가 간단한 콘티와 본인 화풍이 담긴 데이터를 제공하면 AI가 배경·채색·명암 등의 작업을 대신 수행 - 창작자의 예술적 감각이 AI와 협업의 기반
AI 시대는 문과생에게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입니다. 특히 '버티컬 AI'는 여러분이 가진 '도메인 전문 지식'과 '현업 경험'을 그 어느 때보다 가치 있게 만들 것입니다.
NIA 보고서가 제시하는 미래상을 보면, 여러분은 더 이상 기술의 수동적인 사용자가 아닙니다. AI를 가르치고, AI와 협력하여 각자의 분야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AI의 선생님'이자 '핵심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지식과 경험 속에 AI 시대를 이끌어갈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습니다. 다만,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더해, 여러분만의 전문성을 AI에 접목하는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준비 방향: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AI 도구들을 직접 사용해보며 장단점과 활용 가능성을 체험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
도메인 전문성을 체계화하고 언어화하는 능력 개발
버티컬 AI 시대, 여러분의 전문성이 곧 경쟁력입니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분만의 고유한 가치를 AI와 결합하여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