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설계 담당자를 위한 완전 가이드
"과장님, 우리 부서도 AI 도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마 여러분들도 이런 질문 받아보셨을 것입니다.
명쾌한 답변을 찾으셨나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전형적인 문과 출신입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조직 이론과 인사 관리에는 자신이 있지만 AI라고 하면 막막했습니다. "딥러닝이 뭐고 머신러닝이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AI 조직을 설계한다는 거지?"
하지만 최근 몇 개월간 이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AI 네이티브 조직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기술 지식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이해라는 것을요.
오늘은 제가 그 과정에서 배운 모든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특히 저처럼 문과 출신으로 조직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AI 네이티브 조직이 단순히 "AI 도구를 많이 쓰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전통적인 조직을 "수동 변속기 자동차"라고 생각해보세요. 운전자(관리자)가 직접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바꿔가며 모든 것을 통제합니다. 매 순간 운전자의 판단과 조작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현재 대부분의 조직이 추진하는 "AI 도입"은 무엇일까요? 이는 수동 변속기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나 후방 카메라를 추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전히 운전자가 모든 핵심 조작을 담당하지만, 보조 장치들이 도움을 주는 수준이에요.
반면 AI 네이티브 조직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에 가깝습니다. 차량 자체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며, 필요시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조정합니다. 인간은 목적지를 설정하고 중요한 순간에만 개입하죠.
Microsoft "What is an AI-native organization?"
https://youtu.be/JBrgi_aHAls?si=27VzhcVaDhXd2rZL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정보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고, 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마치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파라오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처럼요.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보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AI 네이티브 조직에서는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여, 현장에서 즉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는 마치 인체의 신경계처럼 작동합니다.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뇌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손을 떼는 것처럼, 조직도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이 바로 이거일 텐데요. "그래서 우리는 정확히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거지?"
안심하세요. 하루아침에 완전한 AI 네이티브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 아이가 기어가기, 걷기, 뛰기를 단계적으로 배우듯이, 조직의 AI 전환도 5단계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현재 대부분의 조직이 이 단계에 있습니다. 기존 조직 구조는 그대로 두고, 몇 가지 AI 도구를 추가하는 수준이에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민원 담당 부서에서 ChatGPT를 사용해 민원 답변 초안을 작성하거나, 기획 부서에서 Claude를 활용해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것들이죠. 여전히 최종 검토와 결정은 사람이 하지만, AI가 시간을 절약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조직설계 담당자인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복잡한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각 부서의 업무 중에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인사과에서 매월 작성하는 인사발령 공문, 기획과에서 매주 정리하는 주간업무 보고서, 민원실에서 반복되는 안내 업무 등이 좋은 후보가 될 수 있어요.
이 단계부터는 단순히 AI 도구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서, 업무 자체를 재설계하기 시작합니다.
실제 사례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떤 기관의 채용 과정을 생각해보세요. 전통적으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공고 작성 (인사담당자)
서류 접수 (행정직원)
서류 심사 (인사위원회)
면접 일정 조정 (행정직원)
면접 진행 (면접위원)
결과 통보 (행정직원)
하지만 AI 통합기에서는 이 과정이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공고 작성 (AI가 초안 작성, 인사담당자가 검토)
서류 접수 (자동화 시스템)
1차 서류 심사 (AI가 기본 요건 검토, 인사위원회가 최종 판단)
면접 일정 조정 (AI가 모든 관련자 일정 분석하여 최적 시간 제안)
면접 진행 (면접위원, AI가 기본 질문풀 제안)
결과 통보 (AI가 개별 맞춤형 통보문 작성)
보시다시피 업무의 흐름 자체가 바뀝니다. 이 단계에서는 기존 직무기술서도 전면 개정해야 해요. 인사담당자의 직무에 "AI 도구 활용한 채용 업무 관리"가 포함되어야 하고, 면접위원 교육에도 "AI 지원 면접 진행법"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 단계에 오면 AI를 더 이상 "도구"로 여기지 않습니다. 마치 팀에 새로운 동료가 합류한 것처럼 느껴져요.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보겠습니다. 정책 기획팀에서 새로운 복지 정책을 수립한다고 해보세요. 전통적으로는 기획자들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유사 사례를 분석하며, 예산을 계산하는 등 모든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AI 협업기에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기획자가 "저소득층 아동 급식 지원 확대 방안"이라는 주제를 제시하면, AI는 즉시 관련 통계 데이터, 타 지역 사례, 예상 예산 규모, 법적 검토 사항들을 종합 분석해서 제시합니다. 동시에 기획자는 정책의 철학적 방향, 지역 특성 등을 검토합니다.
이때 AI와 기획자는 마치 탁구를 치듯 아이디어를 주고받습니다. AI가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면, 기획자가 "그건 우리 지역 특성상 어려울 것 같은데, 이렇게 수정하면?"이라고 응답하는 식이죠.
이 단계는 많은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일 텐데요. "AI가 주도한다고? 그럼 우리는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AI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시설 관리 부서를 생각해보세요. 전통적으로는 시설 점검 계획을 세우고, 점검을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수 계획을 수립하는 모든 과정을 사람이 담당했습니다.
AI 주도기에서는 AI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시설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예방 보수가 필요한 시점을 예측하며, 최적의 보수 일정과 예산을 제안합니다. 심지어 긴급하지 않은 일상적인 보수는 AI가 직접 업체에 연락해서 처리하기도 해요.
그럼 사람은 뭘 할까요? 시설의 미래 발전 방향을 구상하고, 시민들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파악하며,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해결합니다. 훨씬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마지막 단계는 조직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작동하는 상태입니다. AI와 인간이 완전히 통합되어, 조직 전체가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능력을 갖게 돼요.
이를 생태계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건강한 숲에서는 나무들이 뿌리로 연결되어 영양분을 공유하고, 곤충과 새들이 씨앗을 퍼뜨리며, 모든 생명체가 상호 의존하면서도 전체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합니다.
AI 네이티브 완성기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부서의 AI 시스템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들의 요구 변화를 즉시 감지하며, 조직 전체가 그에 맞춰 구조와 기능을 자동으로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역이라면, AI가 이 변화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복지 관련 부서의 인력을 늘리고, 청소년 관련 업무는 축소하며, 관련 예산도 재배분을 추천하는 식이죠.
이론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아직 1단계 초입에 있습니다. 지난해 공공부문 데이터 활용 우수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21개 사례 중 약 70%가 여전히 1단계 수준이었어요. 기존 업무에 AI 도구를 추가한 정도였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4년도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우수사례집)
https://nia.or.kr/site/nia_kor/ex/bbs/View.do?cbIdx=26537&bcIdx=27811&parentSeq=27811
예를 들어, 진주시의 교통신호 최적화 사례를 보면, 기본적으로는 기존 교통관리팀이 그대로 있고, 거기에 AI 분석 도구만 추가한 형태였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두었지만, 조직 구조나 업무 방식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어요.
2단계에 도달한 사례는 약 25% 정도였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저수지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인데, 여기서는 AI 예측을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했거든요.
3단계 이상의 사례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5%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기술적 문제보다는 인식의 문제가 더 큽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AI를 여전히 "고급 계산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요. "데이터를 넣으면 결과가 나오는 도구" 수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조직 구조나 업무 방식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또한 많은 관리자들이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복잡할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같은 불안감이 적극적인 변화를 막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야말로 조직설계 전문가들에게는 기회라는 점입니다. 기술 전문가가 아니어도, 오히려 인간과 조직을 이해하는 우리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거든요.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각 단계에서 조직설계 담당자인 여러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 해소입니다. 직원들이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 거야"라는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방법을 공유해드릴게요. 먼저 ChatGPT나 Claude 같은 도구를 직접 써보세요. 복잡한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일상적인 업무에서 "보고서 초안 작성해줘", "회의록 요약해줘" 같은 간단한 요청부터 시작하면 돼요.
그 다음에는 각 부서별로 AI 적용 가능성을 분석해보세요. 이때 기준은 간단합니다:
반복적으로 하는 일인가?
정해진 형식이 있는 일인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창의성은 별로 필요 없는 일인가?
이런 업무들이 1단계에서 AI로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직원 교육도 중요한데, 이때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AI와 함께 일하면 이렇게 좋아진다"**는 체험 위주로 진행하세요. 실제로 ChatGPT로 1시간 걸리던 보고서를 10분 만에 초안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저항감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2단계부터는 본격적인 조직설계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AI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흐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거든요.
실제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민원 처리 프로세스를 AI 통합형으로 바꾸는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기존 프로세스는 이랬습니다:
민원 접수 (담당자)
담당 부서 배정 (담당자)
민원 검토 (해당 부서)
답변 작성 (해당 부서)
답변 발송 (담당자)
AI 통합 프로세스는 이렇게 바뀝니다:
민원 접수 (자동)
담당 부서 자동 배정 (AI)
유사 사례 및 관련 규정 분석 (AI)
답변 초안 작성 (AI)
답변 검토 및 최종 확인 (담당자)
답변 발송 (자동)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들이 생겨납니다. "AI 민원 분류 시스템 관리자", "민원 답변 품질 관리자" 같은 직무들이죠. 기존 직무기술서도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민원 담당자의 역할이 "민원 처리"에서 "민원 해결 품질 관리"로 바뀌는 거거든요.
3단계는 정말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AI를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인간-AI 협업 프로토콜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책 기획팀에서 AI와 협업할 때의 규칙을 만든다면:
AI는 데이터 분석과 초기 아이디어 제안을 담당한다
인간은 정책의 가치 판단과 이해관계자 조정을 담당한다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인간이 최종 검토한다
AI의 제안에 대해 인간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질문할 수 있다
협업 과정은 모두 기록되어 투명성을 보장한다
이런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해요. 또한 팀 구성도 바뀝니다. 기존의 "팀장 1명 + 팀원 4명" 구조에서 "팀장 1명 + AI 협업 전문가 1명 + 팀원 3명 + AI 시스템" 같은 새로운 구조로 발전할 수 있어요.
4단계와 5단계는 아직 공공부문에서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체계입니다. AI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 그 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기거든요.
예를 들어, AI가 예산 배분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보세요. AI는 데이터만 보고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의 역사, 문화, 정치적 맥락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언제,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AI 네이티브 조직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닙니다.
바로 조직 설계에 대한 이해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AI 시대에 조직설계 담당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을요. 기술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새로운 미션입니다.
결국 모든 혁신의 성패는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어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거부하면 실패하고, 약간 부족한 기술이라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성공하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그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AI 시대가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대됩니다. 우리가 그동안 꿈꿔왔던 "사람 중심의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거든요. AI가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면, 사람들은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함께 만들어가요, 새로운 시대의 조직을. 여러분과 저 같은 조직설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진정한 AI 네이티브 조직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