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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AI신도시 건설 vs AI구도심 재개발

AI조직 구축 방식 : Greenfield와 Brownfield

by 서지삼

어느 조직설계 담당자의 딜레마

대기업들의 화려한 AI 전환 사례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과연 우리 조직 상황에서 가능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계속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도시개발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식과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듯이, AI-Native 조직을 구축하는 방법도 조직의 출발점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모든 조직이 같은 방식으로 AI를 도입하려다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오늘은 이 깨달음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특히 저처럼 "우리 조직은 어떻게 AI를 도입해야 할까?"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요.


신도시 vs 구도심: 도시개발에서 배우는 조직 혁신의 지혜

생각해보면 도시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신도시 방식과,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구도심을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재개발 방식이죠.


신도시 방식을 보면 세종시나 송도국제도시 같은 곳이 대표적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건물이나 도로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최신 기술과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서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죠. 스마트시티 기술을 도입하고, 미래 확장성까지 모두 계산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도 있습니다.


반면 구도심 재개발 방식은 을지로나 종로 같은 기존 도심지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고, 상권이 형성되어 있으며,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도 연결되어 있죠. 하지만 기존 건물과 도로, 상하수도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개발해야 하므로 제약이 많습니다. 때로는 최적이 아닌 타협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대신 기존에 형성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두 방식 모두 성공할 수 있지만, 접근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현재 상황과 목표, 그리고 가용 자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죠. AI-Native 조직을 만드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문제입니다. AI-Native 조직을 구축하는 데에도 이 두 가지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Greenfield(신도시 건설) vs Brownfield(구도심 재개발) : 건설 현장에서 배우는 조직 혁신의 지혜

먼저 이 두 용어가 무엇인지부터 이해해보겠습니다. 원래 이 개념들은 도시계획과 건설 분야에서 나왔습니다.

Greenfield(녹지 개발)는 아무것도 없는 푸른 들판에 새로운 도시나 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세종시나 송도국제도시 같은 곳을 생각하면 됩니다. 기존 건물이나 인프라의 제약 없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죠. 최신 기술과 최적의 동선, 미래 확장성까지 모두 고려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Brownfield(갈색지 개발)는 이미 사용되었던 땅, 즉 기존 건물이나 인프라가 있는 곳에서 개발하는 것입니다. 을지로나 종로 같은 구도심 재개발을 떠올리면 됩니다. 기존 구조물과 도로, 상하수도 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선해야 하죠. 제약은 많지만 기존 자산을 활용할 수 있고, 이미 형성된 상권이나 교통망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이 개념을 차용한 이유는 시스템 구축의 복잡성이 도시 건설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I-Native 조직을 만드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입니다.


스크린샷 2025-06-22 091946.png < LinkedIn Pulse - Greenfield Vs Brownfield Software Development: Key Differences >


AI-Native 조직에서의 Greenfield 접근법: 스타트업과 신설 조직의 기회

완전한 자유, 완전한 가능성

Greenfield 접근법으로 AI-Native 조직을 구축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AI를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주로 스타트업이나 신설 부서, 또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가능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레거시 시스템의 제약도,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관성도,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는데"라는 직원들의 저항도 없는 상황을 말입니다. 모든 것을 AI 활용을 전제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인 거죠.


실제 사례: AI-First 스타트업들의 성공

최근 주목받는 AI-First 스타트업들을 보면 Greenfield 접근법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인간이 AI와 함께 일하는 것"을 전제로 조직을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AI 기반 마케팅 회사는 다음과 같이 조직을 구성했습니다. 마케팅 전략가는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의적 전략을 수립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AI가 생성한 초안을 인간만의 감성으로 다듬으며, 캠페인 매니저는 AI의 실시간 분석을 바탕으로 즉석에서 전략을 조정합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AI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업무가 처음부터 AI와의 협업을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입사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Greenfield의 핵심 이점들

이런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최적화입니다. 기존 프로세스에 AI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AI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문화 형성입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AI를 자연스러운 협업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AI에 대한 거부감"이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두려움" 같은 것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 수 있죠.

세 번째는 민첩성입니다. 새로운 AI 기술이 나오면 즉시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있습니다

물론 Greenfield 접근법이 만능은 아닙니다. 가장 큰 제약은 시간과 비용입니다. 처음부터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행착오의 부담도 모두 감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존 자산의 포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축적해온 업무 노하우나 프로세스,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지 못할 수 있거든요.


AI-Native 조직에서의 Brownfield 접근법: 기존 조직의 현실적 선택


기존 자산을 활용한 점진적 혁신

대부분의 기존 조직은 Brownfield 접근법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구축된 조직 구조, 업무 프로세스, 인적 자원이라는 "기존 인프라" 위에서 AI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는 마치 한국의 지하철 시스템과 같습니다. 1호선부터 9호선까지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이죠.


Brownfield의 핵심 전략들

이런 접근법의 핵심은 점진적 통합입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가장 효과가 클 것 같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AI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핵심은 역할 재정의입니다. 기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죠. 이는 직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AI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문화적 적응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AI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자연스러운 적응을 유도하는 거죠.


하지만 복잡성과 제약이 따릅니다

Brownfield 접근법의 가장 큰 도전은 복잡성입니다.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AI 시스템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계속 따라다닙니다. 때로는 "최적이 아닌 차선의 해결책"을 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한 변화 속도의 제약도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의 동의와 적응을 기다리다 보면 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레거시 부담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오래된 업무 방식이나 시스템의 제약 때문에 AI의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당신의 조직은 어떤 접근법을 택해야 할까?


조직 상황 진단하기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 조직에는 어떤 접근법이 맞을까요?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조직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Greenfield 접근법이 적합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새로 설립되는 조직이나 부서라면 Greenfield가 최적의 선택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기존 업무 프로세스가 AI 시대에 맞지 않아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새로운 기술 학습에 적극적인 문화를 가진 경우도 Greenfield를 고려할 만합니다.


Brownfield 접근법이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 안정된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 기존 시스템에 상당한 투자가 되어 있어 완전히 새로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 조직 구성원들의 변화 저항이 예상되어 점진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Brownfield가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단계별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우리 조직에 맞는 접근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현재 상태 분석입니다. 우리 조직의 AI 준비도는 어느 정도인지,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얼마나 복잡한지, 구성원들의 변화 수용 능력은 어떤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목표 설정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AI-Native 조직의 모습은 무엇인지, 언제까지 달성하고 싶은지,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얼마나 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위험 평가입니다. Greenfield 접근법의 위험과 Brownfield 접근법의 위험을 각각 평가하고, 우리 조직이 어떤 위험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접근법: 현실적 대안

실제로는 순수한 Greenfield나 Brownfield보다는 두 접근법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는 각 접근법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조직은 Brownfield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AI를 도입하되, 새로운 프로젝트나 신설 부서에는 Greenfield 방식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2단계 접근법입니다. 1단계에서는 Brownfield 방식으로 급한 불을 끄고 기본적인 AI 역량을 구축한 후, 2단계에서는 Greenfield 방식으로 보다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성공을 위한 실무 가이드


Greenfield 접근법 실행 시 주의사항

Greenfield 방식을 택했다면 다음 사항들을 주의깊게 관리해야 합니다.

완벽한 계획수립이 필수입니다. 기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합니다. AI 기술의 발전 방향, 인재 확보 방안, 예상되는 시행착오 등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적절한 인재 확보가 중요합니다.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처음부터 채용하거나 기존 인재를 충분히 교육시켜야 합니다. 특히 AI 리터러시와 해당 도메인 전문성을 모두 갖춘 인재가 핵심입니다.

지속적인 실험과 학습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Greenfield에서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합니다.


Brownfield 접근법 실행 시 핵심 포인트들

Brownfield 방식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변화관리가 핵심입니다. 기존 구성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AI 도입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소통과 교육, 그리고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존 자산의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어떤 업무 프로세스는 그대로 유지하고, 어떤 부분에 AI를 도입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무작정 AI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강점을 살리면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계적 확산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모든 부서에 AI를 도입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부서부터 시작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설계자의 역할


기술이 아닌 사람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긴 이야기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AI-Native 조직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바로 사람들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직설계 전문가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Greenfield든 Brownfield든, 결국 성공의 열쇠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이 AI와 함께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고유한 강점을 인식하세요

AI 시대에 조직설계 담당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중요해집니다. 기술과 인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 변화의 불안을 해소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할,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의 전문성입니다.

우리는 조직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읽으며, 변화의 방향을 설계하는 전문가입니다. 이런 능력이야말로 AI-Native 조직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주도하세요

AI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Greenfield와 Brownfield, 두 가지 접근법을 이해하고 우리 조직에 맞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가 아니라 "우리 조직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식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입니다.

함께 만들어가요, 우리만의 AI-Native 조직을. 기술이 주도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고 기술이 도구로 활용되는 진정한 AI-Native 조직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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