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에서 루브르 박물관까지
파리에 가면 제일 먼저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개선문 전망대에 올라 열두 길로 갈라진 파리를 보고 싶었다.
파리의 모든 길은 개선문에서 만난다는데 바둑판같은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는 방사선 모양의 도시를 한눈에 보고 싶었다.
오래전 패키지여행으로 파리에 왔을 때는 개선문 전망대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아래에서만 둘러보아 아쉬움이 컸다. 자유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투알 개선문은 샹젤리제 거리의 서쪽 끝, 샤를 드골 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아치형 건축물이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에서 죽은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졌으며, 개선문 아래에는 당시 전쟁에서 프랑스가 거둔 모든 승전보들과 지휘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개선문 아래에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무명용사들의 무덤과 한국전 참전 명판이 있다.
'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참전하여 희생한 프랑스 군인들과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다.'
바닥에 있는 무명용사의 무덤의 등불은 사계절 꺼지는 일이 없고 헌화가 시드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오늘도 싱싱한 생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시내 한복판에 이런 시설을 유지하는 프랑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샹젤리제 12개의 거리가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어 "별의 광장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이 광장은 샤를 드골 광장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입장권을 미리 끊고 월요일 아침 일찍 갔는데도 대기 줄이 길었다. 가방 검사를 받고 나선형 좁은 계단을 오르는데 힘들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이 지체되었다.
'여행도 체력이다.'
'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파리는 안개가 자욱하여 시야가 흐리다. 에펠탑도 아래만 보이고 멀리 몽마르트르 언덕 성당도 희미하다.
그래도 열두 갈래 도로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개선문 전망대에 서있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특히 넓은 샹젤리제 거리의 분주한 모습이 역동적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는 것과 참 다른 느낌이다.
오늘 나의 동선은 개선문에서 시작하여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과 센강 유람선 선착장까지 직선으로 많이 걷었다.
개선문 지하통로는 샹젤리제 거리로 바로 안내한다. 콩코드 광장까지 2km 도로 양쪽에는 세계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오늘 보니 고급스러운 명품 상점들보다는 가성비 좋은 실용 매장들이 많이 있어 이제 세계 제일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거리도 시들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가 끼고 서늘한 날씨에도 콩코드 광장에는 관광 온 사람들로 앉을 곳이 없다. 유럽이 10월 말까지 연휴를 즐기는 나라가 많다고 한다.
콩코드 광장은 파리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역사적인 광장이다. 특히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곳에서 결혼했고, 이곳에서 처형당한 곳이다.
그리고 1800년대 이집트의 군주가 프랑스에 선물한 룩소르 오벨리스크가 광장 중앙에 설치되었다. 오벨리스크는 점점 가늘어지는 피라미드 모양인데 전승을 기념하거나 왕의 위업을 과시하는 문장이나 모양을 새긴 조형물이다.
이집트에 있어야 할 것이 왜 어울리지 않게 저곳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식민지에서 약탈한 것이 아니라 선물 받은 거라니 불편함이 덜 했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면 궁전의 정원이었던 공원이 나오고 루브르 박물관이 보인다. 2시 박물관 해설투어를 예약하여 공원 분수대 앞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안개가 걷히고 반짝 해가 나자 파리 시민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을 즐긴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하고, 옷을 벗고 자고, 키스를 하고---'
여행객들은 그런 파리 시민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관광을 즐거워한다.
루브르박물관 광장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상상 밖이다. 사진 찍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물건을 파는 집상인들까지 정신이 없어 소매치기당하기 십상이다.
단체투어 예약은 입구도, 실내 화장실도 달라 그냥 패스이다. 미리 알아보고 해설투어 예약을 하니 줄도 안 서고 전공 전문 해설가에게 새로운 관점의 우리말 설명도 들으니 투어비가 아깝지 않고 정말 의미 있었다.
'연륜과 진심이 있는 박송이 문화 해설가님,
역시 예약 인기 1위 인정.^^
멋지다!'
루브르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문화재 복원 기술이 세계 최고이고, 소장하고 있는 유물도 엄청나서 38만 점 중 10분의 1 정도만 전시 중이라고 한다.
고풍스러운 루브르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약간 어색했다.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유리 피라미드는 영원을 상징하고 피라미드가 있는 루브르는 영원할 것이라는 설계자의 설득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의 뚝심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지금은 미테랑 대통령의 선견지명이 대단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은 프랑스 국민들이
더 더 부럽다.
고대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유물, 그리스, 로마 시대 조각 등에 관심이 있다면 필히 루브르를 방문해 봐야 한다. 함무라비 법전이 새겨진 돌과 조각상등 유물들이 인상적이다.
프랑스는 비록 다른 나라의 유물을 약탈, 수집 전시하고 있지만 영국과는 달리 뛰어난 문화재 복원과 전시 기술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새로운 차원의 자부심이 강하다고 한다.
'역시 표현을 참 고상하게 하는 나라네.'
유명한 모나리자,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황제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등 해설사님의 자세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프랑스의 정신이 제일 잘 담겨있다는 다양한 예시에 울컥할 정도였다.
'자유, 평등, 박애. 그중에 제일은 박애'
'프랑스는 국민 모두가 참여하여 이룬 자유 국가이다!'
루브르 내에서 제일 사람이 붐비는 곳은 사모트라케의 니케, 밀로의 비너스, 다빈치의 모나리자 3군데라고 한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작품 자체도 명작이지만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문화재 복원 자부심의 상징이고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가 되기도 하다.
모나리자의 경우 그림 자체보다는 도난 과정에서부터 입소문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림 크기가 생각보다 작고, 사람은 엄청나게 몰려있고, 3중 유리로 되어있다. 접근이 3미터 정도 제한되는 데다, 직원이 다음 사람을 위해 빨리 보고 지나가라고 채근하는 바람에 제대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핸드폰 배터리가 28%밖에 안 남아서 깜짝 놀랐다. 오전에 보조 배터리 충전할 때 충분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구글 앱을 검색하여 선착장과 숙소도 찾아가고 야경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큰일이 났다.
루브르박물관 투어가 끝나면 멋진 야경 사진도 찍고 유람선을 타려는 계획은 포기하고 구글 앱을 켜고 숙소까지 찾아갈 수 있을지 불안해졌다.
같이 투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조배터리를 빌릴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았는데 모두 삼성이 아닌 애플이라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점점 적어지는 배터리 숫자에 불안함이 비례했다.
'이런 경험 처음이네! 파리인데 어떡하지?'
' 인생 계획대로 안될 때가 더 많았지---'
핸드폰 남은 배터리 9%이다. 지하철 역을 세며 정신을 바짝 차려서 무사히 숙소 저녁 식사시간 7시 전에 도착했다. 외식하지 않아도 되어 정말 다행이다. 파리는 물가가 정말 비싸다.
호랑이에게 물려가기 전에
정신을 바짝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