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 58,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 순례길 58

파리의 재발견

by 지구 소풍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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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 위 꼭대기에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까지 민박에서 걸어갔다. 아침 일찍 가야 줄을 안 서고 조용하기에 8시에 서둘러서 걸어갔다. 주택가사이 작은 골목들을 지나며 이 멋진 파리의 그림자를 보는듯하였다. 중동계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부지런한 단체여행이나 관광객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한다. 대부분 몽마르트르 언덕 계단에서 사진 찍고 성당은 보지 않은 채 돌아간다. 언덕 위 눈부신 흰색의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아름다운 돔 모양으로 파리 시내 어디서든 조망할 수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큰 규모의 천장의 아름다움에 눈을 떼기 어렵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모자이크 벽화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모자이크 중 하나라고 한다.


영광의 그리스도 모자이크라고 불리는 이 모자이크는 선명하고 깊은 금빛과 청빛 색채를 드러낸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금빛 심장을 드러내어 입장하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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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크레쾨르 대성당 동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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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계단에 앉아

사크레쾨르 대성당 꼭대기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종도 있다. 성당에서 나와 옆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서 8유로를 내면 대성당의 돔 위에 올라가서 파리 시가지 곳곳을 내려다볼 수 있다.

계단이 어찌나 좁고 가파른지 일방통행인데도 날씬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이다. 체격이 아주 큰 사람, 노약자나 걷기에 약한 사람, 고소공포가 있는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저 멀리 안갯속에 허리만 보이는 에펠탑 전망보다 더 좋았다. 사람도 거의 없고 가까이 보이는 구시가지의 파리 모습이 더 파리 같아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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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예술가들

전망대에서 혼자 얼마나 있었는지 발밑 몽마르트르 언덕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성당에 입장하기 위해 서있는 줄이 언덕을 감싸 돈다. 예전에 패키지여행 때는 한낮에 언덕을 오르느라 힘들어 땀이 많이 났었는데 이제 보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까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뭐든 부지런하면 좋은 점이 더 많네!'

'1000km를 걸은 나인데 이것쯤이야?'


몽마르트르 계단은 넘치는 사람들로 사진은 포기하고 일방통행을 할 정도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난한 예술가들의 공연과 행위예술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리고 그 유명한 파리의 소매치기와 잡상인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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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인파 사이를 비집고 지하철을 타러 간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지하철 표 검사를 하느라 좁은 지하통로가 혼잡하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도 갑자기 확인한다.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파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하철 표 검사가 느슨하다. 그러다 어쩌다 검사원에게 걸리면 요금 2.15유로가 벌금 70유로로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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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은 사람이 더 많다. 한 달 전 꼭대기는 이미 매진이고 걸어 올라가는 2층 전망대까지 입장시간을 예약하고 갔는데도 줄을 섰다.

여기도 루브르 박물관처럼 현장에서 표를 사는 사람 줄, 입장을 기다리는 줄, 예약한 사람 줄이 엄청나다.


에펠탑도 2층 전망대까지 오르는 철계단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마저 부는 계단을 오르며 파리 여행은 걷는 만큼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개선문 전망대, 몽마르트르 대성당 전망대, 드넓은 루브르, 샹젤리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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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정문 앞

다시 2시 예약한 오르세 미술관 해설투어를 보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뛰었다. 여행의 시간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적이 많다. 이곳도 루브르처럼 인산인해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 센 강가에 1900년에 지어진 오르세 역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하여 1986년 개관하였다

.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미술관 밖과 안 모두에서 보이는 대형 시계와 둥근 천장은 1900년도 파리 만국 박람회 때 기차역으로 쓰였던 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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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오르세 역 지금의 오르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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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부터 1914년까지 파리가 문화적 전성기였을 때의 서양 회화, 조각, 공예품, 포스터, 사진, 건축, 가구 등을 소장하고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큰 미술관 중 하나로 특징이 있는 곳이다.


20241029%EF%BC%BF161137.jpg?type=w1 모네의 작품

10년 이상 파리 미술관 해설을 한 사람들이 만든 자전거나라 가이드랩이라는 곳에서 어제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해설투어를 경험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해설투어는 인기가 있어 일찍 마감되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감정을 크게 변화시킨다. 과거를 토대로 현실을 살며 미래를 꿈꾸듯 예술이 그러하다.


화가 클로드 모네의 빛을 자유자재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천재성과 예술가들의 아린 삶을 곱씹게 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도 떠오른다.


고통은 금방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영원하다

-르누아르-


오르세 5층 시계 너머로 어느새 붉은 석양이 드리운다. 천재들의 삶이 잠깐이듯 오늘 하루도 금방이다.

5시 반 미술관 퇴장을 독촉하는 방송에도 일부러 천천히 1층 조각들 사이를 걸었다. 직원이 나를 계속 보고 있다.


'당신은 일상이지만

나는 언제 오르세에 다시 올 수 있을지---

그래서 지금이 너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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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더 천천히 센 강을 걸었다.

파리의 남은 시간이 저 강물처럼 유연하게 흐르기를,

남은 인생이 불빛에 비추어진 강물처럼 아름답기를.


알렉산드르 3세 웅장한 다리에 화려한 에펠탑 조명이 드리운다.

사람들은 다리의 웅장한 조형물과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화려한 에펠탑만 보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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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복구공사 중인 노틀람 대성당

강 건너 오랑주리 미술관의 불빛은 요란한 에펠탑과는 달리 단순하지만 은은하여 마음에 담긴다.


'사람도 그렇다.'

거대한 유람선 바토무슈를 타니 세느 강의 역사를 한국말로 자세히 설명해 주어 반가웠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유람선 안에 한국 단체 여행자가 많았는데 내 또래 여인들이 나를 흘낏 보더니 혼자 왔냐며 말을 건다. 그리고는 부럽다며 한 마디씩 건넨다.


그러면서 배안에서 들리는 한국말 설명은 듣지 않고 계속 한국에서 있었던 남의 이야기를 큰소리로 말했다. 이 아름다운 파리 센강에서.


'정말 신나게 놀러 왔구나!'


파리는

낮은 안개와 자유로움으로,

밤은 불빛과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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