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 모시 타운의 척박한 땅에는 허름하다 못해 쓰러질 듯한 회색 토담집들과 크고 작은 바오밥나무, 할 일 없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한가한 남자들만 눈에 보였다.
덜렁거리는 창문을 연 채 먼지투성이 도로를 하루 내 달려 킬리만자로산 입구인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했다. 검은 얼굴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건장한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들에게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짐꾼들이었다.
우리는 젊고 인상이 좋으며 덩치가 큰 세 사람을 선택했다. 현지 안내인 아그라는 우리들의 무겁고 큰 배낭은 무게를 달아 짐보관소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필요한 침낭, 개인 짐들을 포터들이 매고 가니 가볍게 만다라 산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열대 숲이라 공기도 맑고 습기가 많아서인지 처음 보는 관엽류 나무들이 엄청 많았다. 울창한 숲 속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이끼들과 고사리들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제주 깊은 곶자왈과는 다르다.
4시간 정도 올라가니 첫 번째 산장인 만다라 캠프가 보였다. 하얀 꼬리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여유롭게 우리들의 허덕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방을 채어가려는 듯 노려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점점 고도가 높아져서인지 나무들의 키가 자그마하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가지가 뻗은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이었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내는 저 작은 생명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밤에는 바람이 심하다며 텐트를 권하는 아그라의 권유는 뒤로하고 뾰족하고 예쁜 모양의 작은 방갈로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높은 산이라 밤은 빨리 오고 시차와 긴 여행의 피곤함, 약간의 고산증이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소리 내어 웃으며 꿈같은 아프리카의 자유를 즐겼다. 외국인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삼삼오오 모여 기타를 치며 내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yesterday를 노래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와! 이곳까지 기타를 갖고 올라와서 여유를 즐기는 저 모습---'
8월 킬리만자로 산의 한 밤 날씨는 뜨거운 낮과는 너무나 달랐다. 방갈로 엉성한 나무 벽 사이로 곡소리같이 윙윙윙 소리가 났다. 밤새 스며드는 찬바람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텐트를 마다하고 모양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을 후회해도 이제는 소용이 없었다.
침낭에서 몇 시간째 뒤적이며 옷을 겹쳐 입다가 우비까지 입고, 비닐봉지로 발을 감싸도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해드랜턴을 끼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깜짝 놀랐다.
온통 시커먼 산장 주변에 사람들이 별자리와 일출을 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예정에 없던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 뒤를 따라 숲 사이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만다라 산장에서의 밤은 춥고 길었지만 아름다운 밤이었다..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 별들이 크고 작게 경쟁하듯 반짝였다.
모두들 어둠 속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누군가의 구호에 맞추어 한꺼번에 해드랜턴을 껐다 컸다를 반복했다. 수많은 랜턴의 작은 불빛들이 모였다 흩어지며 춤추듯 움직였다.
칠흑같이 까만 하늘에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있더니 저 멀리로 쏟아지듯 떨어졌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에 자리를 움직였다.
저 멀리 지평선 끝자락에서 슬그머니 붉은빛의 꼬리가 넘실거렸다. 그리곤 눈 깜짝할 사이 붉은 해가 쑥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