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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May 26. 2024

봄5, 가까워서 모르는 월미도

역사와 문화가 숨은 곳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 내리면 길 건너 붉은 차이나타운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훅 들어온다. 전철역에 붙어있는 월미 바다역 열차 건물이 있다. 


 인천 월미도를 순환하는 우리나라 최장 도심형 관광모노레일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연경관(인천 바다, 월미산, 월미도), 역사(개항 근대사, 한국 전쟁사), 산업현장(항구, 공장, 하적장)등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총 운행거리 6.1km, 평균시속 9km의 속도로 월미바다역에서 출발하여 월미공원역, 월미문화의 거리역, 박물관역, 월미도를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월미바다역 걸리는 시간은 약 42분 정도 소요된다. 월미도 경관 및 인천내항, 서해바다와 멀리 인천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낙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인천의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물이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예약가능하다. 우리는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였지만 월미도에 벚꽃이 활짝 피는 4월의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원하는 시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 보지 못하던 풍광들이 펼쳐진다. 항구에 가득한 대규모 공장들과 작업 중인 화물선과 트럭들이 휴일도 없이 분주히 오고 갔다. 3년 전과는 다른 문화 해설사님의 설명에 눈이 번쩍 띄었다. 


소년 농부(봄)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일로 벽화이다.

 대한 제분 밀수입  12개의 보관 창고를 예전과 달리 새로운 벽화로 꾸몄다. 아파트 22층 높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로 전문가 22명이 약 100일 동안 그린 작품인데 2018년 '기네스 북'에 등재되어 인천의 자랑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소년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지난 후 청년 농부로 성장하는 인생 이야기였다. 오래된 창고를 저렇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고 관광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낸 노력이 대단하다. 열차 안에 관광해설사의 월미도와 인천 항구에                                                                              대한 설명이 있어 좋았다. 

밀을 수입하는 대한 제분 건물과 나무를 수입하여 가구를 만드는 공장들이 열차 레일 양쪽으로 즐비하였다. 때마침 하얗게 핀 벚꽃들이 가로수가 되어 오래된 부두 길의 풍경을 환하게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월미문화의 거리역을 지나며 본 인천대교와 서해바다의 경관과  문화  공간이 반가웠다. 거리 공연이 이루어져 사람들이 여유롭게 모여있는 광장이다.  바다 경치를 즐기며 식사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횟집과 카페가 있다. 월미문화의 거리일대에는 대관람차, 바이킹, 디스코 팡팡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어 열차에서 내려 스릴과 재미를 즐기고 싶었다. 다음에는 해가 질 무렵에 와서 서해 노을과 바닷 쪽으로 길게 뻗은 방파제를 따라 등대길을 걸어야겠다. 그리고 '세계 3대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인천대교 야경도 즐겨야겠다.

청년 농부(가을)

 세 번째 월미 공원 역에서 내려 한국이민사박물관에 들렸다.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우리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간직하고 흔적을 후손들에게 전 하기 위해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네 번째 월미산 둘레길을 걸었다. 인천상륙작전 격전지로서 월미산 정상에 올라가면 인천항과 서해바다, 인천국제공항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때마침 벚꽃이 흐드러져 둘레길은 고즈넉한 것이 정말 좋았다. 월미거리에는 젊은 사람들이, 공원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이곳 둘레길에는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상상을 하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바닷가라 그런지 지난주 안양천 벚꽃보다 개화시기가 늦어 딱 보기 좋았다. 뽀송뽀송한 꽃잎들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넋을 잃을 정도였다. 인천 월미항을 바라보는 한적한 둘레길에 가득한 벚꽃들과 정자, 탄약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가 정말 좋았다. 바닷가와 공원과는 달리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나지막한 월미산 아래로 인천항 내항과 갑문이 보인다. 우리나라 유일의 갑문이라고 한다. 갑문이란 밀물 때 바닷물을 가두어 항상 일정한 수심을 유지함으로써 썰물 때도 선박의 하역작업을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시설로 1918년 처음 만들어졌다. 


 둘레길 아래 부두에는 저 큰 배에 실려 먼바다를 거쳐 다른 나라로 팔려나가길 기다리는 중고 자동차 하적장이 있었다.  


 '오래된 벚꽃들이 앞으로 많이 쓰일 젊은 자동차들을 환송하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처럼 모든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지!'


 '그리고 벚꽃도 지면 저 자동차들은 멀리 떠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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