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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Jun 11. 2024

여름 7, 인천 연안 부두와 백령도

멀어서 그리운 섬이야기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와 대청도는 많이 알고 있지만 가기 쉬운 곳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고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조차 그동안 몇 번 시도하였지만 여의치 않았다.


 '북한과 아주 가까운 곳인데 별일 없을까?

 ‘파도가 센 곳이라는데 뱃길이 막히면 어쩌지?’

 ‘연안 부두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여객선 예 약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하루 전 인천 연안 부두 앞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첫 배를 타기로 했다. 

저녁 시간 해지는 연안 부두 광장을 여유롭게 걷다 광장에 있는 노래비와 이국적인 조형물에 깜짝 놀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인 연안 부두 노래비가 부산이 아닌 인천 연안 부두에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와의 친선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마트료시카라는 러시아 전통 인형을 본뜬 조형물과 러시아식 건축양식을 표현한 기둥도 있었다. 연안 부두 앞바다가 러시아와 일본이 싸웠던 러일전쟁의 무대 중 하나였던 곳이다. 100년 후 러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러일전쟁의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지고 2013년 푸틴 대통령이 연안 부두를 방문해 추모비에 헌화했다고 한다.

백령도는 대청도, 소청도, 영평도, 우도와 함께 서해의 대표적인 5대 섬 중 하나이고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다. 인천에서는 230Km 떨어져 있는데 귀신, 도둑, 신호등이 없는 3無의 섬이라 한다. 본래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으나 광복 후 옹진군에 편입되었다. 원래의 이름은 곡도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관광코스는 백령도 선착장 → 사곶천연비행장 → 심청각 → 물개바위 → 담수호 관광 → 두무진 관광 → 콩돌해안 → 백령도 선착장이다.


바로 앞바다 건너 위치한 북한 장산곶은 우리나라 지도 왼쪽에 튀어나오는 곶인데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 땅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북한 장산곶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심청각 전시관에 들렀다. 심청전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몸을 던진 인당수와 심청이가 환생한 연봉바위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심청이의 효심을 배운다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심청이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두무진 해안

 백령-대청 국가 지질 공원이자 대한민국 명승지 제8호인 두무진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사람들을 맞이한다. 10억 년 전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규암들이 파도와 바람에 빚어진 코끼리 바위, 신선대, 장군바위, 형제바위 등 기묘함 모습으로 드넓은 서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남 홍도의 기암괴석들과 부산 태종대의 해안절벽들을 합한 것 같았다. 절벽 아래인 바다 근처까지 내려갈 수 있어 좋았다.

 해가 질 무렵 붉게 드리우는 태양을 피해 까만 가마우지들이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붉은 바람에 옷자락이 나풀거리듯, 저 사라지는 해처럼---'



 콩돌해안은 여러 가지 색깔의 자갈이 콩알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의 바위들에서 떨어져 나온 돌멩이들이 오랜 시간 파도에 서로 부딪치면서 닳고 닳아 저렇게 작고 동그란 콩돌이 된 것이다. 동그랗다는 것은 모서리가 없다는 것이고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깎이는 고통으로 제 살 내어 주었다는 것이다. 


 맨발로 해안을 걷노라면 파도가 콩돌 사이를 때리고 빠져나가며 사그락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서리 있는 돌들이, 아니 모서리가 없어진 콩돌들이 더 연마되며 슬프게 우는소리로 들렸다. 피하지도 못하고 저 거친 파도에 매 맞으며 제 마음 내려놓으며 견디어낸 긴 세월이 느껴졌다.

 움켜쥔 콩돌들을 슬며시 다시 내려놓자 아직도 모서리 많은 나를 내려놓는 것 같았다.  파도가 다시 저 작은 콩돌들을 계속 때리고 있었다. 


  '서러워 힘들 때면 저 자그맣고 동그란 콩돌들과 울음소리를 생각해야겠다!'


사곶해안

 1997년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된 사곶해안의 단단한 모래사장도 참 특이한 곳이었다. 언뜻 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듯하나 사실은 규암가루가 두껍게 쌓여 이루어진 거의 수평의 해안으로 썰물 때면 길이 2km, 폭 200m의 사빈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빈을 이루고 있는 모래는 크기가 매우 작고 모래 사이의 틈이 작아 매우 단단한 모래층을 형성하고 있다. 사빈은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하여 자동차의 통행은 물론 한국전쟁 당시에는 UN군의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천연비행장이라고 한다.

 백령도 사곶 사빈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것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단 두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지형 및 지질상을 가지고 있다. 솔밭이 잘 조성되어 있고 해당화가 심어져 있는 모래해변인데 단단하여 뛰어도 발자국이 잘 안 보였다.

  강릉 솔밭에서 누워 쉬던 여유로운 기억이 떠올랐다. 백령도는 분주한 강릉과 달리 한적하고 바닷물이 아주 깨끗하여 텐트라도 가져와서 며칠 바다 멍 때리기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해변이 군사지역이라서 지금은 이곳 야영장도 캠핑이 금지되고 있었다.  


 '백령도에 이다지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얼까?'


 '몇 시간째 백령도에 빠져들고 있다.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일컬어지는 두무진과 세계에서 두 곳뿐인 사곶천연비행장은 기묘함 때문일까?'


'콩돌 해안의 작은 돌들과 파도 소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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