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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Nov 24. 2024

가을길 12,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길 12.

비야투에르타에서 빌라메이요 드 몬쥬르딘까지(13.1km)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길 12.

 ㅡ 비야투에르타에서 빌라메이요 드 몬쥬르딘까지(13.1km)

 아침 9시 작은 마을 에스테야의 카페 '리자'는  달콤하고  따뜻했다.

 갓 구운 바삭한 빵 4개와 커피 2잔이 12유로밖에 안 되는 착한 곳이다.


  이렇게 맛있는 빵을 먹으며 화가 났다. 한국의 비싼 베이커리 카페들과 하나밖에 없는 대형 빵집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그타르트를 참 좋아한다. 나는 포르투갈 리스본 수도원 옆 에그 타르 집이, 친구는 제주 성산 빵집이 최고라고 했다. 어찌나 맛있게 이야기하는지 얼른 제주에 가서 먹고 싶어졌다  

한국 TV에 소개된 것을 찍은 사진
조부때부터 운영해온 대장간의 미남 손자

 빵이야기를 하며 작은 도시를 지나자 태극기가 걸려있는 가게가 보인다.

 한글로 대장간이라는 간판이 있고 화로에 빨갛게 달군 쇳물로 직접 만든 주물기념품을 판다.

 잘 생긴 스페인 청년이 한국말로 어서 오라며 3대가 이어가는 가업이라며 사진을 보여준다.

 신기한 물건이 많아 사고 싶었지만 짐이 될까 봐 작은 조가비 걸이를 3유로에 샀다.


 얼마 전 TV에서 사라져 가는 대장간 기술을 열심히 배우는 젊은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느 나라나 갈수록 힘든 일은 배우지도, 하려고도 안 하는데 어린 청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스페인 청년도 마찬가지이다.


무료 와인 주는 곳

  나지막한 언덕을 조금 오르니 '보데가 스 이라체'라는 와이너리가 있다. 지나는 순례객들에게 무료로 포도주와 물을 제공하는 곳이다.

 와이너리 건물 벽 멋진 문장 아래 수도꼭지 왼쪽은 포도주, 오른쪽에서는 물이 나온다. 이 와이너리는 이렇게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지나는 순례자들과 나눈다.

 

 배낭에서 컵을 꺼내어 들고 왼쪽 밸브를 돌렸더니 포도주가 굵게 흘러나왔다. 색깔도 곱고 공짜라 그런지 맛이 참 좋았다.

전구가 와인 병인 와인 박물관


 와이너리를 돌아서면 와인 박물관이 있다. 대부분 통과하지만 오늘 걷는 길은 14km 정도라 천천히 여유를 즐겼다.

 와인들의 역사와 제조 과정, 도구들이 설명되어 있고 대부분 판매가격이 10유로 이하라 깜짝 놀랐다.

 와이너리를 지나 얕은 오르막길을 오르니 왼쪽으로 참나무 숲이 오른쪽으로 넓은 밀밭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작은 산등성이 마을 숙소

 나지막한 언덕 사이에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이 이어졌다. 어제는 가는 길마다  포도, 오늘은 오디와 무화과가 지천이다.

하나, 둘 조금씩 따다가 한주먹 가득 한 에 넣었다. 어제 먹은 포도보다 더 맛있다.

 '아, 그런데 세상에 공짜 없다.'

가시에 찔리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되었다.

오늘은 마을 축제

 오늘은  다른 날보다 거리가 짧아 12시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산기슭에 있어 마을 뒤에 높은 산이 있고 오래된 성곽과 성이 있다. 조용한 마을이라 사람들이 없을 것 같은데 아니었다.


  며칠 전부터 길에서 지나치던 프랑스 여인과 미국사람들을 숙소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는 눈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오늘은 반갑게 말을 걸었다.


 길은 어딘가로 가는 과정이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곳이다. 걸으며 비우고 채우는 것이 더 많다.

이제 800km에서 643km 남았다!
나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순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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