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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길 16,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길 16.

- 로그로뇨에서 나바레터까지(12.5km)

by 지구 소풍 이정희

어제 로그로뇨에서 연박을 하고 아침 9시 반에 천천히 출발하여 나바레터까지 12.5km를 걸었다.


1726594402151.jpg?type=w773 시내버스 축제 광고


로그로뇨 시가지를 빠져나오는데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스페인은 축제의 나라라고 하더니 지나는 곳곳마다 9월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축제 기간에 스페인을 대표하는 투우 경기가 있는지 미남 투우사 사진이 눈에 띈다.

동물 학대라고 투우 경기가 중지되었는 줄 알았는데 스페인을 상징하는 전통 민속 경기로 인정받아 지금도 축제 기간에는 경기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은 성 베드로의 날인 6월 29일에 하로 와인 페스티벌을 연다고 한다. 하로 와인 페스티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와인 전투(Batalla de Vino)이다. 미사가 끝난 후 와인 전투가 시작된다. 점심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모두가 완전히 젖을 때까지 서로에게 와인을 뿌린다. 와인은 부츠, 병, 물총 또는 액체가 들어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하여 던질 수 있다. 어린이들도 와인 대신 빨간색 액체를 뿌릴 수 있게 해 준다.

커피를 마시며 꿈인듯한 상상을 해본다.


'스페인 축제일을 온통 빨갛게 즐기고 있는 내 모습!'

20240917%EF%BC%BF095119.jpg?type=w773 공원에서 출발!


로그로뇨시내를 벗어나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노인들인데 달리기를 하는 사람, 빨리 걷는 사람, 보행기를 밀며 천천히 걷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10년 후, 2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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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벗어나자 산티아고 안내 조개 문향이 달라졌다. 왜일까? 더 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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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친화적인 호수 공원


깔끔한 도시의 하늘빛과 그라혜라 호수의 물빛이 참 맑다. 이런 곳의 수풀은 평온하여 작은 동물들까지 활발하다.


작은 새들과 고니, 청설모, 고양이와 산책 나온 개들까지 서로 사이좋게 어울려 숲 속을 경쾌하게 한다. 사람들도 저런 모습이면 좋으련만.

포도밭 언덕을 오르자 고속도로 옆길을 걷게 된다. 철조망에 나뭇가지로 여러 가지 십자가를 꾸며 놓았다.


'순례자의 낡은 운동화까지 함께 걸어 놓은 것이 어떤 의미일까?'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까?'

'아마 순례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길을 멈추게 하고 저런 자연의 설치미술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아니라 오가는 순례자들이 하나, 둘씩 만들다 보니 저렇게 길게 늘어선 것 같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 주황색 돌집 마을 나바레타가 보인다.


20240917%EF%BC%BF124350.jpg?type=w3840 십자가와 운동화가 걸린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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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


나바레타는 도공의 마을답게 오래된 도자기 공장들과 창고들이 많다. 숙소 앞 광장에는 도공의 마을을 홍보하는 벽화가 전시되어 있다.


1726595217339.jpg?type=w773 골목 벽화


로그로뇨보다 더 이전에 만들어진 도시답게 오래된 문장으로 장식되어 있는 낡고 헐었지만 아름다운 집들이 많이 있다.


'이 도시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걸까?"


사람은 커넝 개나 고양이조차 보이지 않아 숨을 멈추고 있는 것 같았다.


한적한 마을을 산책하고 알베르게에 공용 주방이 있어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계란, 사과, 라면, 볶음밥, 야채볶음, 오이피클, 맥주, 견과류까지 담아도 19유로이다.

스페인 라면에 한국에서 가져온 수프를 넣고 계란까지 넣으니 뜨거운 국물이 정말 좋다. 1개 1유로인 빨간 사과는 크고 과즙이 꽉 찬 것이 정말 꿀맛이다. 스페인 과일 정말 맛있다.


저녁 7시, 아직도 순례자들이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대부분 모자나 선글라스도 없이 반바지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걸어 온몸이 뻘겋고 절뚝거리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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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나이도 많은데 이렇게 덥고 힘든 먼 길을 왜 걷는 걸까?'


20240917%EF%BC%BF201111.jpg?type=w773 로그로뇨 대성당보다 화려한 나바레테 성당


저녁 미사에 참석했다. 마을이 작고 오래되어 성당도 그러려니 했는데 깜짝 놀랐다. 이곳에 와서 하루 내 본 사람이 몇 되지 않았는데 성당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보다 순례자들이 훨씬 많았다. 이제는 익숙해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일상이 되어간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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