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몸무게
※ 이번 글은 커피가게 운영과는 무관한 체중감량과 유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름의 작은 성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써서 공유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이므로 가볍게 재미 삼아 읽고 지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키는 165Cm입니다. 약 4개월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 측정한 정확한 키는 164.9Cm입니다. 그날의 체중은 47.9Kg이었고,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체중도 47.9Kg입니다.
제 인생 몸무게는 64Kg으로 아기를 가졌을 때였고, 키가 다 자란 후 가장 적게 나갔던 몸무게는 제 기억으로 44Kg입니다. 태어나서 학창 시절을 거치며,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줄곧 굉장히 마른 체형이었습니다. 체중에 비해 키가 큰 편이라 늘 바지 허리가 커서 미혼 시절에는 허리띠 없이 몸에 맞는 바지 한 번 입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늘 허리가 커서 옷이 빙빙 돌아갈 정도였으니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곧장 아기를 가지면서 몸무게가 드라마틱하게 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인데, 법정 출산휴가가 2개월이던 시절이라 출산 이틀 전까지 일하고 두 달 후 곧장 출근을 했습니다. 다시 회사를 나가면서 임신으로 늘어났던 몸무게는 급격하게 제자리로 회복을 해갔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워낙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했던 터라 회복력도 빨랐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체중은 항상 49Kg에서 51Kg 사이를 오갔습니다. 출산을 하고 약 10년 후부터 5년간 거의 매일 새벽수영을 했었고, 겨울철 간혹 스노보드를 타거나, 마음 내킬 때 피트니스 센터에서 간헐적으로 운동을 했었지만 일이 바빠지면서 정기적인 운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한강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는 수준입니다. 가게를 시작하고 그야말로 가게 운영에 '올인' 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거나 체중관리를 하거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뭔가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남편이 사 온 체중계 덕분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홀쭉한 편이라 체중계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배가 나오는 것 같다며 디지털 체중계를 집에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체중계에 올라서 보곤 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셈인데,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유전자 덕분에 얻은 행운이었습니다.
팬데믹 전까지 가게를 밤 10시까지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사 습관이 나빠졌습니다. 하루 세끼를 공간이 제한된 가게에서 해결해야 하니까 대충 급하게 때우고 퇴근 후 밤늦은 시간에 야식으로 부실했던 하루의 식사를 보상받는 식이 되었습니다. 밤 11시쯤 먹는 음식은 그게 무엇이든 건강에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온종일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간절하게 기다리다가 야식으로 보상받는 나쁜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야식 습관은 정말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퇴근 시간이 일러져서 집에서 저녁밥을 지어먹게 되었는데, 여전히 야식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습관은 참 무서운 것입니다.
대충 되는대로 먹고살다가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에 어느 날 체중계 위에 올라갔는데, 제가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았던 52Kg을 넘어서 53.4Kg이라는 굉장히 불쾌한 숫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내심 충격을 받고 뭔가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습니다. 키 165Cm에 몸무게 53.4Kg이 뭐가 나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제 몸을 가지고 평생 살아온 제가 느끼는 감정은 '나쁘다'입니다. 일상생활이 불편합니다. 20대 초반에 그토록 소망하던 '바지 허리 맞게 입기'는 어느새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그간 입어온 바지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무릎관절이 선천적으로 약합니다. 평소보다 체중이 늘면 무릎이 아픕니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있습니다. 나잇살이라는 것이 찾아올 때가 되었습니다. 53.4Kg이라는 못마땅한 몸무게를 체험하고 그날부터 체중 감량에 돌입했습니다.
어느 날 거실 잘 보이는 곳에 놓이게 된 체중계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늦춰졌을 일입니다. 무릎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거울 속에 몹시 흉한 내 모습을 만나고 나서야 시작했을 일 일지도 모릅니다. 적정체중으로 가는 길은 늦으면 늦을수록 멀고 험난해집니다. 체중은 매일 측정해야 합니다. 같은 컨디션으로 같은 시간대에 매일 정확하게 체중을 측정하고 기록해야 그날의 먹거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조금 늘었다 싶으면 열량섭취를 줄이고, 조금 줄었다 싶으면 '아싸 이때다!' 싶은 마음에 빵 한 조각이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사람의 인격은 탄수화물로 구성된다고. 슬프지만 동의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컨디션으로 체중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걸로 체중조절을 시작하십시오.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식사 후, 간식 후 뭐든 먹고 난 후에는 즉시 과도하게 구강관리를 하시는 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치과 공포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외식으로 마땅히 양치질을 할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빼고는 무조건 심하게 '치카 활동'을 합니다. 식사 후 곧장 물로 가글을 하고 치실을 사용합니다. 치실 사용 후에는 꼼꼼하게 3분 이상 양치질을 합니다. 양치질 후에는 치간 칫솔을 쓰고 마무리로 가글을 합니다.(치과의사 선생님께서도 '그렇게까지?'라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이렇게 하면 매번 약 10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걸 하고 나면 더 이상 먹을 수 없습니다. 귀찮아서 안 먹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식사도 아닌데 어쭙잖게 간식하고 다시 10분간의 '치카 활동'을 해야 한다면 가성비가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랜 습관이었던 야식도 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식사 중간에 절대 간식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도한 치카 활동 덕분입니다. 치아와 잇몸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관련된 질환도 예방할 수 있는 등 좋은 점이 아주 많습니다.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늦어도 전날 저녁 8시까지 그날의 모든 음식물 섭취를 마치고 저는 오전에는 물이나 차, 커피만 마십니다. (아, 물론 약을 먹어야 할 일이 생기면 식빵 한 조각과 같이 아주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기도 합니다만 그럴 일은 잘 없습니다.)
대개 낮 12시에 도시락으로 싸 온 점심을 먹습니다. 굉장히 신나고 설레는 시간입니다. 무려 16시간의 공복 기를 견뎌낸 감격스러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점심식사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휴일은 자유롭게 먹습니다.)
- 그릭 요구르트 1개 + 견과류 한 줌
- 달걀 프라이 1개
- 슬라이스 치즈 1장
- 생양파를 포함한 야채샐러드 약간 + 발사믹 소스
- 사과 등 과일 약간
이것 말고는 가게에 먹을 것이 없습니다. 원천 차단인 셈이지요. 도중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습니다. 집에 가서 저녁밥 먹을 때까지 숙명적으로 잘 견뎌야 합니다.
드디어 아침부터 애타게 기다리던 저녁식사! 저녁밥은 놀랍게도 매일 자유롭게 배불리 먹습니다. '배불리'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먹기 전에는 욕심을 내보지만 이제는 양이 줄어서 절대적으로 많은 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집에는 배달음식을 극혐 하는 사람이 한 사람 같이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녁밥은 거의 집에서 만들어서 먹습니다. (치킨이나 피자를 포함한 배달음식을 먹는 횟수는 한 달에 1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는 오전 10시쯤부터 저녁 메뉴를 생각합니다. 어떤 날은 종일 저녁밥 지을 궁리를 하기도 합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재료를 생각하고 요리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같은 요리라도 다른 재료를 써볼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소박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과 함께 나눠먹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일입니다.
* 부담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저녁 메뉴로 파스타를 추천드립니다. 상당히 많이 먹고 자도 다음날 체중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단, 면과 소스만 잔뜩 만들지 마시고 시금치, 브로콜리, 양파,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야채를 넉넉하게 넣으시면 좋습니다. 마늘도 잔뜩 넣으시구요. 맛있어요! 아, 그리고 정말 배가 많이 고픈 날에는 밥 대신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어서 잔뜩 먹곤 합니다. 삶은 고기는 담백해서 먹을만 합니다. ^__^
53.4Kg으로 시작한 몸무게는 약 4개월 만에 48Kg 대로 진입했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특별한 운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평상시처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간혹 자전거를 탔습니다. 결국 식이조절만으로 5Kg이 빠졌습니다. 역시 먹는 게 가장 큰 요인인가 봅니다.
물론 초반에는 힘들었습니다. 저녁식사를 일찍 끝내고 낮 12시에 하는 첫 식사가 요구르트나 샐러드처럼 '실망스러운' 메뉴이다 보니 온종일 배가 고팠습니다. 오전에도 배가 고프고, 하찮은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에도 내내 배가 고팠습니다. 힘도 빠지고,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공복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물 배' 라도 채울 생각에 자주 차를 마셨습니다. 차의 종류는 가리지 않았습니다. 선물 받은 홍차나 과일차를 비롯해서 차 맛이라도 다양하게 갖춰놓고 마셔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한 잎차를 사서 두고 배가 고플 때마다 한잔씩 우려서 마셨습니다. 잎차로 사면 티백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차를 마시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이 재미나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차에 든 성분 중에 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다고 하는데, 몸에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체중감량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잎차를 한 트럭 정도 우려서 마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냥 배가 고파서 마셨습니다. 하루에 4잔을 마신 적도 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차를 마셔봤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차는 싱가포르 브랜드 TWG의 해피버스데이 티(아들이 생일선물로 사다준 티여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와 호주 브랜드 T2의 과일차입니다. 녹차는 저에게는 좀 느끼한 것 같아서 자주 마시지 않았습니다. 체중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은 하루에 차를 1~2잔 정도 마십니다.
체중감량을 시작하고 3~4개월 동안은 온종일 허기가 지고 짜증이 많이 났었습니다. 아마도 이 기간을 잘 넘기고 식습관을 고정시킨다면 원하는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만의 적정 체중에 도달하니까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옷 입기가 편해졌습니다. 여유가 생기니까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이 편해졌습니다. 불편해서 안 입던 바지를 모두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무릎에 무리가 덜 가게 되어 좋습니다. 그렇다고 무릎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약한 무릎관절을 강화하려면 평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서 관절 주변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세 번째는 식사시간이 무지무지 즐겁다는 점입니다. 점심식사는 16시간의 공복을 끝내는 시간이라서 행복하고, 16시간 만에 먹는 음식은 뭐든지 다 맛있습니다. 특히 달걀 프라이는 눈물 나게 맛있습니다. 맛있고 귀한 음식들이라서 꼭꼭 씹어서 되도록 오래 먹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허겁지겁 먹는 습관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대망의 저녁식사! 청국장이나 김치찌개처럼 가게에서 절대 먹을 수 없는 온갖 맛있는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었을 때도, 집에 가면 요리를 해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위로가 됩니다.
네 번째로는 건강검진 결과가 마음에 듭니다. 원래도 홀쭉한 체형이었지만, 체중을 조절하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한 건강검진에서도 괜찮은 성적표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과체중으로 인한 성인병 위험이 줄어듭니다.
다섯 번째로는 사소한 일인데, 앉아서 찍은 사진을 봐도 짜증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상체에 비해서 하체가 통통한 편이어서 앉아서 찍은 사진을 보면 허벅지가 늘 신경 쓰였습니다만, 음~ 이제는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적게 먹고 만들어 먹고 하다 보니 버리는 음식이 확 줄었습니다. 어딜 가도 내 앞에 받은 음식을 정말 깨끗하게 비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양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을 때 감사한 마음으로 그릇을 싹싹 비우는 버릇이 생겨서 음식물쓰레기도 줄이고 남겨서 버리는 일에 대한 죄책감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첩에 매일 아침 그날의 몸무게를 적고, 그날 먹을 양을 가늠하는 일이 이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처음 3~4개월만 잘 넘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서 매일 건강하게, 가볍게, 즐겁게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체중감량의 부작용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겨울에 추위를 좀 더 많이 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귓속 압력이 달라질 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간혹 또는 자주 난다는 점입니다. 이유를 모른 채 두어 주 지내다가 오늘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아가씨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아가씨는 아니지만 걱정할 일도 아니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치료법은 다시 살을 찌우는 거라는데 조금 거슬리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