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조직장의 일기
처음 리더가 되면 신규 팀부터 세팅해서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하는 경우보단, 기존의 팀에서 리더만 교체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처음부터 리더가 원하는 인원을 채용하든 차출해오든 하는 방식은 아주 잦은 경우는 아니라는 뜻이다. 나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팀은 그대로이고 그저 인력이 확대됨에 따라 파트 단위의 조직이 신설되었을 뿐이라, 기존의 팀 동료들이 그대로 새로운 파트로 나뉘어 각 파트의 구성원이 되었다.
내 파트의 구성원들과는 한 팀에서 일한 지는 이제 1년 조금 더 넘었을 뿐이지만, 같은 회사에서 6-9년씩 같이 다니기도 했고 나이도 엇비슷해서 친구 또는 형/동생 관계를 맺고 대화도 편하게 하는 사이로 지내오고 있는 사이였다. 우리 팀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삼겹살에 술 마시면서 같이 회사 욕도 하고, 신세한탄도 하는 그런 관계였다.
다만 하나 달랐던 것은 그 동료들은 팀장 대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늘상 내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것과 내가 팀장 부재 시 대무자의 역할을 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동료들은 나도 알 턱이 없는 우리 팀의 미래나 방향성을 팀장이 아닌 내게 묻는 경우도 많았고(내가 어떻게 알아....), 언젠가 파트조직이 생기면 내가 파트장이 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물론 그때마다 나는 '조직장 같은 거 관심 없고, 하기도 싫어'라고 얘기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생각치 못 한 시점에 파트장 제안이 왔고 수락을 했다. 졸지에 홍명보급 거짓말쟁이가 됐다(내 안의 뭔가가....).
내가 내 조직 구성원들의 성향이나 업무 방식 등을 잘 알고, 그들도 나를 신뢰해주는 관계에서 리더로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사실 업무적으로만 보면 편한 스타트이긴 하다. 당장 업무 방식을 변경하거나 할 필요도 없고, 그저 그들의 능력에 맞게 역할을 잘 분배해주는 것만 해도 당장의 운영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회사에 있든 간에 조직은 '안정적인 운영'보다 '유의미한 시도 내지는 성장'이 중요한만큼, 구성원 개인마다 성장에 대한 욕심이 얼마만큼 있는지에 따라 조직의 성장 가능성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물론 그보다 리더의 그릇이 더 중요할 테지만...). 이미 회사생활을 8-9년씩 한 30대 중후반의 구성원들이 업무에 욕심을 내고 성장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사실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적당히 가늘고 적당히 길게 가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 '우리 조직이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초보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친구이자 조직장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해서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할지, 그들로 하여금 목표 대비 어떻게 성과를 내게끔 만들고, 그를 토대로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지가 가장 먼저 시작했던 걱정이다. 조직개편 후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그 고민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