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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Aug 03. 2021

내가 공공배달앱 최초 개발자였다(하)

살고 싶어 개발했다.

워낙 뜨거운 기름통 앞에서 온몸에 수분을 빼고 일을 하다 보니 돌이 생겼고 이 때문에 병이 나서 수술까지 했다. 정말 짜증이 나서 이런 현실에 저주를 퍼부었다. 퇴원을 하자 같은 아파트에 사는 프로그램 개발자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내가 주업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센터로 그를 불렀다. 그리고 그간 치킨집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들 그리고 개선점들을 파악해서 그와 미팅을 하기 시작했고 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로 두건의 상표 출원과 프로그램 등록까지 진행을 하였다. 그렇게 프로토 타입이 완성되어 나온 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배달 앱이었다. 나는 치킨집을 하면 그냥 닭 튀기고 배달하면서 땀을 흘린 만큼 돈을 벌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고 주변에선 이를 이용한 기생충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에 답은 없다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먼저 실행을 해서 희망이란 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형 배달앱 3사를 대항해서 여러 가지 아이템을 구상했다.


첫 번째로 신용 카드를 계산을 하는 포스비와 전화를 받으면 전화번호가 뜨는 PC 전산의 무료화. 이 역시 매달 5만 원가량의 이용료를 내야 했기에 장사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컸다. 그리고 이와 연동이 되는 배달앱. 여기에 구인 구직란을 마련해서 상시 배달 사원이나 배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잠재적 아르바이트생들이 치킨집 업주와 소통이 될 수 있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업주는 아르바이트생들을  평가를 할 수 있는 성실성 게시판이 있어서 성실성에 문제가 많은 친구는 사전에 차단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집어넣었다. 배달원 역시 혹 사주가 문제가 있으면 표기를 할 수가 있는 사업주를 평가하는 게시판도 기획했다. 예를 들어 사장님은 좋으신데 고용보험을 안 들어줘요 등 등  


요즘 배달 3사가 고객들의 편의와 서비스 퀄리티를 명분으로 배달시킨 음식점을 판단하게 해서 장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영업자와 배달 사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매장을 운영하는대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공 배달앱 & POS system이었던 거다.


특별한 기능 몇 가지는 닭을 튀기는 기름은 항상 깨끗해야 해야 하니까~ 내 가족이 먹는 거니까~ 사업주가 직접 오늘 기름 바꿨어요~ 라는 멘트를 넣어 가족이 먹는 음식에 대한 신뢰성을 줄 수 있는 기능.  업주가 자체적으로 할인 쿠폰을 발행해서 누구의 강요가 아닌 업주의 의지대로 이벤트를 만들어 매출 향상과 업주 간의 상생 경쟁을 유발할  있는 기능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시스템이 공공성과 함께 매출도 만들  있도록 오프라인 광고책자 업주 분들과도 적절한 타협점을 만들어 함께 상생의 길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형 육가공 업체에서 제품이 출시되면 협업을 하겠다는 구매의향서도 작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노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얼마 후에 박근혜 정부가 밀었던 창조경제 타운에서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을 총 5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연구개발 사업에 추천을 해주기도 했다.


와~~~ 난생 처음 있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난 사업계획서 한 번을 안 써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쓰면 뭘 얼마나 잘했겠는가? 그냥 내가 만든 공공 배달앱은 내가 살기 위해 만든 앱이었지 누군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 지원하는 지원사업은 사업계획서를 전문적으로 쓰는 '꾼'들에게나 유리한 거였고 나처럼 초보자가 좋은 성적을 얻기란 힘든 일이었다. 결국 최종까지 가서 떨어지고 기대 가득했던 마음엔 에 상처만이 가득했다.


정말 당시 지원 사업 심사위원들은 공공 배달앱은 매출도 나오기 힘들고 어려운 사업이라고 단정 지어 말했다. 그들이 치킨 장사나 아니면 다른 장사라도 한번 해보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해를 했겠지만 이 분야에선  비 전문인인 사람들에 나를 둘러싸고 심사위원 이라면서 폭언을 했고 그들에게 해명아닌 해명을 하려고 하니 자괴감이 다 들었다. 도데체 왜 나는 이걸 하려고 했나? 라는 생각에 난생 처음으로 만들어본 30장이 넘는 PPT는 다시 세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공공 배달앱은 멈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내가 쓰러지면 내 시체라도 밟고 누군가가 그 실패를 경험 삼아 성공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이란 생각도 했다. 그만큼 당시에는 배달앱 3사가 워낙 막강해서 특별함이 없는 노말한 배달앱은 성공 확률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생각한것이 내 메인 사업과 연동을 해서 치킨 열 마리를 먹으면 프린터 한대를 주는 다소 파격적인 이벤트까지 만들어서 진행을 했다.


치킨을 먹으면 프린터를 준다고? 미쳤네...


그랬다. 미쳤었다. 당시에 나는 무언가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것이 정의감이든 아니면 연구개발로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서였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지금 이 공공성을 강조한 배달앱의 초기 창시자로서 현재 공공 배달앱을 뉴딜로 추진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장 수술을 마치고 나는 아무리 봐도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치킨장사와는 결별을 하기로 했다. 권리금을 얼마 받지도 못하고 헐값에 넘겼다. 그렇게 나는 실제 치킨집 사장이자 공공 배달앱의 최초 개발자였다.


2020년 현재 배달앱들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 그리고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 선언하고 우리 지역의 군산에서 시행 중인 공공 배달앱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나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해보시라. 그게 과연 될 것인가...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군산의 공공개발 앱이 실패다 아니다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기에 처음으로 뉴스를 검색해 봤다. 역시 이재명 지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광고가 되어 공공 배달앱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뭐 포퓰리즘이 아니고 자영업자를 위한 거라고 했는데 어찌 보면 공공 배달앱의 존패는 이재명의 정치생명과도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리곤 깜짝 놀란 뉴스를 보게 되었다. 군산에 공공 배달앱을 만든 개발사의 대표가 인터뷰를 하는데 헉. 내가 만든 공공 배달앱을 외주로 만들었던 사람이 나오고 있더라. 우리는 아직도 같은 아파트에 살긴 하지만 그와는 잘 맞지 않아서 연락도 안 하고 심지어 아파트에서 봐도 아는 척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데, 잠들어 있던 공공 배달앱을 꺼내서 살렸는데 그게 내가 아니라 내 제품을 돈 받고 개발했던 그 개발사의 대표였던 거다.


물론 중간에서 말했 듯 누군가가 내 시체를 밟고 진격해서라도 공공배달앱을 살렸으면 했다. 또한 너무 열정을 다해서인지 내가 만든 공공 배달앱을 다시 살리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어찌 보면 이런 사건이 없었다면 과거에 내가 이런 걸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무던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초 실전 개발자로서 이 질문만은 계속되고 있다.


내가 하면  되는  이재명 지사가 하면 되는 것인가? 그리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배달앱이 언제까지 갈것인가?


마지막으로 공공의 형평성을 어찌할것인가? 세금으로 요식업자들만 혜택을 보는 것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공공 택시앱, 공공 미용실앱 등 등에도 함께 지원해야 하지 않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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