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이촌동 충신교회
어릴 적 동부 이촌동 충신교회(박종순 목사님)에 다녔다. 당시 하이틴 스타 최수종과 최명길, 이상아, 김창숙 씨가 이 교회에 다녔었고 아버지와도 친한 중견배우 집사님들도 상당했다. 방금 전원일기를 보는데 배우 최명길 씨가 나온다. 정말... 오래된 드라마가 아닌가? 당시에는 이 드라마가 청춘스타들의 등용문이었는지 최명길 씨마저도 다방 마담으로 출연을 했었다는 것에 깜딱 놀랐다.
이 드라마 덕에 당시 충신교회의 담임 목사셨던 박종순 목사님까지 생각나는 밤이다. 목사님은 울 아버지를 참 좋아하셨다. 당시 박 목사님이 부흥강사로 시골교회에 자주 초청을 받아 가셨는데 아버지는 전국에 총판을 가진 비료회사의 오너였기 때문에 박 목사님의 부흥회가 있는 날이면 꼭 같은 지역으로 출장을 가셨다. 그리곤 당시 최고의 명차였던 그랜저 5대를 대동하고 목사님이 설교하는 교회에 가셔서 헌금도 하고 묵으시는 호텔까지 모셔다 드렸다고 하니 목사님이 얼마나 좋아하셨겠는가?
참고로 내 아버지는 카투사 출신에 외국계 회사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큰 사업까지도 성공했던 엘리트 출신의 사업가였다. 하지만 당신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는 평소 존경하던 김대중 대선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5공 정권에 찍혀 회사가 망했다. 내 기억에 회사가 부도나던 그날도 아버지는 의연하게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셨는데 그날은 비가 주적주적 내리던 날이었고 예배가 끝나고 박종순 목사님이 그 비를 맞으시면서 아버지 차에까지 오셔서는.
걱정하지 마. 최충만 집사. 회사 망해서 갈 때 없으면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나. 내가 자네 식구들 머무를 곳을 준비해둘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그즈음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함께 나의 방황도 시작되었다. 당신도 엄청 힘들었을 텐데 말썽을 부리던 나를 보며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지. 내가 성인이 되어 교통방송에서 라디오 진행할 때 만난 아버지의 후배 분. 그분이 도로교통공단에 간부로 계셔서 가끔 인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그분은 아버지 이야기를 하셨다.
호림이 네가 말썽 부리고 다닐 때 선배님이 엄청 우셨다. 매일 우리 호림이 우리 호림이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울 아버지는 말기 암으로 의식이 없어질 때까지 둘째 아들인 나를 걱정하셨다.
그리고 그 걱정과 눈물 덕분에 나는 내 자식 때문에 속 섞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제 곧 명절이 다가오니 또 아버지가 생각이 나나보다. 꼭 오늘 밤은 누가 옆에서 손가락으로 살짝만 찔러도 눈물이 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