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면 군대에 가는 아들
어릴 적 아버지가 가져오신 88 올림픽 기념주화 그리고 티스푼 세트. 올림픽 개회식은 꼭 가족과 함께 봐야 한다면서 모두 거실 소파에 앉아서 봤던 88 서울 올림픽.
어린 시절 내겐 제일 좋았던 기억이다.
당시 학교에서는 강제로 올림픽 경기의 단체관람을 시켰다. 그때 미국의 흑인 여성 육상선수 그리피스 조이너가 달리는 모습을 봤는데 그녀의 울버린처럼 길었던 손톱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근데 그렇게 긴 손톱을 가지고 있으면 화장실에서 큰일 보고 뒷 처리는 어떻… 비데가 이… 웁…
좌우간 그간 책장 위에 짱 박혀있던 추억의 기념품을 꺼내 봤다. 아들이 곧 군대를 간다니 마음이 뒤숭숭해서 돌아가신 울 아버지 생각이 났나 보다.
나도 군대 갈 때 울 아버지가 논산 훈련소까지 데려다주셨는데, 사실은 친구들이 내일 훈련소에 같이 가주겠다며 약속울 했는데 이 자식들이, 오늘은 아쉬우니 술이나 먹자! 라면서 가게에 주민증 맡기고 정말 어마어마하게 술을 사준 친구들, 결국 녀석들은 숙취 덕에 아침까지 연락이 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이라도 하셨는지 아버지께서는 회사에 월차를 내시곤 나를 데리곤 논삼훈련소에 입소시켜 주셨다. 그때 훈련소 앞에서 밥을 사주셨는데 메뉴인 불고기가 너무 꽝꽝 얼어서 잘 익지 않아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훈련소에 들어간 기억이 있다. 이젠 내가 아빠가 되어 아들을 군대를 보내야 한다. 아… 정말 요즘엔 멘붕 상태로 지내는 거 같다. 울 아버지는 어떠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