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된 아들

어머니의 믿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by 최호림

어머니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셨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고, 언젠가는 미디어를 통해 당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셨다.


심지어 당신 요양원에 가겠다며 내 집을 팔라는 분이 모 방송국에 거액의 선교 활동비를 내고 방송에까지 출연을 하셨다.


당시에 비 새는 어머니의 집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해드리느라 돈이 없어 쩔쩔매던 내게는 정말 그런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금껏 봐왔던 어머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내가 방황을 끝내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가 책을 출간하신 것이다.

문제는, 일절 나와 상의도 없이 그 안에 내 과거의 탈선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가 쓰신 책을 펼친 순간, 분노가 내 안에서 폭발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이제 막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내가

심각한 문제아로 묘사되어 있었고,

당신의 기도와 인도로

겨우 사람으로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전락해 있었다.


“어머니, 이게 대체… 왜 아들의 앞길을 막으시나요? 내가 어떻게 사람들 앞에 나서란 말이에요!”


나는 어머니 앞에서 울부짖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얼굴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무슨 문제 있니? 나는 간증을 하러 다닐 거야. 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 말은 내 허물을 발판 삼아 무언가를 이루려는 의지처럼 들렸다.

.

그리곤 병원에서 뇌경색 치료를 위해 재활을 받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는 다급했고, 그 다급함은 내 심장을 조였다.


“너, 집에 와서 돈 가져갔지? 20만 원 말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 속에서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어머니는 내 과거를 팔아 당신의 무대를 만들려 했고, 이제는 병든 나를 도둑으로 만들어 자신을 비극 속 여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는 듯했다.


“지금 병원에 있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훔쳐가요?”

그러나 어머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 말고 내 집 비밀번호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니?”

어머니기 전화를 끊는 순간까지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잠시 후,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빠, 놀라지 말고 들어…

할머니가 아빠가 돈 훔쳤다고 방금 전화하셨어.”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 이어지는 걱정과 위로.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통화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태연한 척했다.


평생 나를 짓눌러 온 이 지긋지긋한 모멸감을,

내 아들에게만큼은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아내의 전화. 현재 사선을 넘나드는 장모님의 간경화 투병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시는 시어머니까지…


아내 목소리에는 그 모든 스트레스들이 겹쳐져 보였다. 미안함에 급기야 내 오른쪽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뇌경색 이후로 좌측 신경이 마비되어

한쪽 눈에서만 흐르는 눈물이

이 순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며칠 뒤, 어머니는 SNS에 글을 올리셨다.

“자꾸 집에 도둑이 든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 현관 도어록을 교체했다.”

SNS의 어머니 친구들은 동정심을 느끼며 많은 걱정의 댓글을 달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아파트 관리 소장 그 누구도 어머니 집에 도둑의 침입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기억이 배경이 되었지만 모든 인물, 사건, 지명은 저자의 창작적 산물이며 현실과의 유사성은 우연일 뿐입니다. - 최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