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김영삼 정부의 범죄소탕작전 ‘김영삼의 180일’과 소년범
최근 배우 조진웅을 둘러싼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이 연일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여론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는 그를 ‘장발장’에 비유하며 옹호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사실 그는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부터 스스로도 이 논란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잘못을 한 번이라도 스스로 인정하고 미리 고백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졌을지 모른다. 오랫동안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아 온 만큼, 그 이면에는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과거에 대한 불안이 자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아니다. 지난해 방영된 신해철 10주기 MBC 다큐멘터리에서 고백했듯, 나 역시 소년범 시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에는 과거가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불안 속에 살았다. 처음 밝히는 일은 두려웠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일반인인 나조차 그랬는데,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배우라면 그 불안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초반의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면, 조진웅에게 억울한 지점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일명 ‘김영삼의 180일’을 선포하며 범죄 척결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삼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진웅이 출연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이 실제로 존재했다.
그 시기 경찰은 실적 중심 단속에 몰두했고, 초범 청소년들까지 중범죄자처럼 취급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소한 절도조차 ‘특수절도’로 기소되는 사례가 이어졌고, 재판을 기다리는 미성년 수감자들로 구치소가 포화 상태였다. 수감 인원이 넘쳐 ‘소년수 방’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잘못 이상으로 과도한 처벌을 받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맥락이 오늘의 의혹을 덮어주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성폭력 관련 의혹이 있으며, 이는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일부 유명 인사들이 정치적 프레임을 내세워 무조건적인 옹호에 나서는 태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계 관계자들이 “배우를 감싸려는 발언이 오히려 본인들의 과거까지 소환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진웅은 논란이 거세지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은퇴가 곧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인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투명한 해명이다. 진실을 밝힌 뒤 그 이후의 행보를 대중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
나 역시 그의 과거를 일방적으로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1990년대의 강압적 사법 환경을 직접 경험한 한 사람으로서, 청소년기의 과오를 둘러싼 논란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길 바랄 뿐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배우의 명예 훼손이나 은퇴 여부를 넘어, 공인이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마주하고 책임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국민학교 친구의 친구인 조진웅 배우에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처음 진실을 마주하는 일은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외면할수록 상처는 더 깊어진다는 점. 부디 알아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