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이 군산에 띄운 ‘글로벌 사우스 예술 플랫폼‘

왜 지금 글로벌 사우스인가… 거장 황석영 작가가 직접 예술 플랫폼 구상

by 최호림

지난달 28일, 칼라문화재단(KAALA)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된 황석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 전북 군산을 찾았다. 적산가옥이 줄지어 선 골목 끝, 백발의 거장은 밝은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1943년생인 그는 여전히 커피와 담배를 즐겼다. 다만 한때 애호하던 위스키는 "이제는 건강 때문에 끊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근황을 묻자 그는 "5년 만의 신작 <할매>를 최근 출간했다"라고 전했다.


"저기 하제포구라고, 300년 된 마을이 있어요. 지금은 미군 탄약고가 들어오면서 거의 철거됐죠. 나무 한 그루만 남았는데, 그 나무를 주인공으로 삼아 글을 썼습니다. 600년의 시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냈어요. 독자들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가 왜 2년 전부터 군산에 머물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곳에서 '칼라문화재단'을 창립하게 되었는지로 이어졌다.


'칼라' 이렇게 되겠는데 Korea with Asia, Africa, Latin America. 이런 단어를 압축시킨 거죠. 그러니까 아시아·아프리카 난민과 더불어 문화적인 페스티벌을 한다, 이런 목적을 가진 법인이겠죠. 근래에 들어와서 말하자면 미·중 패권 갈등이 더 심해지고 큰 나라들끼리의 그런 독점이 노골화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같은 형편에서는 다극 외교가 대단히 중요하죠.


황 작가는 1986년 이후 중단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작가회의(AALA)'의 역사적 맥락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군산에서 그 정신을 다시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중단된 '로터스상'의 의미를 계승하는 문학상도 부활시키고자 합니다. 그래서 'KAALA(코리아 위드 아시아, 아프리카 앤드 라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재단을 이곳 군산에서 출범시켰습니다."


그는 왜 '군산'이어야 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군산은 식민지 근대의 상징적인 항구예요. 예전부터 글로벌 사우스, 그러니까 제3세계의 진보적인 작가들과 연대하며 페스티벌을 열기엔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향토적인 풍경을 그리는 작가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작품에서 다뤄온 '근대의 극복과 수용'이라는 주제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군산입니다."


황 작가는 자신의 삶의 궤적도 군산과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일제가 만주의 수도로 정한 장춘입니다. 외가였던 평양을 거쳐 산업지구였던 서울 영등포에 정착했죠. 그런데 어찌 보면 군산이 전혀 낯설지가 않아요. 과거의 풍경과 역사적 결이 적절히 남아있거든요. 이런 곳에서 글로벌 사우스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행사를 열면 상징성이 더 커질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를 군산시 관계자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하하. 조금 서운하긴 했어요."


황 작가는 지난해 12월 17일 창립총회를 열고 칼라문화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그는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이런 행사를 해 달라'며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군산에서 시작된 그의 새로운 문화운동은 이제 다시 '글로벌 사우스' 예술가들을 잇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내년 11월부터는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 행사가 군산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다양한 분야의 제3세계 예술가들이 군산에 모여 각자의 역사와 경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장면은 이 도시의 문화적 지형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문학·미술·영상·공연 등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민지와 제국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예술적 상상력을 공유하는 무대가 마련될 전망이다. 또한 지역 청년 예술가들과 해외 작가들이 협업하는 프로그램도 계획돼 있어, 군산 원도심 전체가 '글로벌 사우스 예술 실험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어 기대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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