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맨> 지인에게 혹평 듣고 볼까 망설였지만…

신작 리뷰> 권상우·문채원의 실제 연인같은 로맨틱 코미디

by 최호림

개인적으로 신작 영화를 관람하는 기준은 늘 기대치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큰 기대를 품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보다, 별다른 생각 없이 보러 갔다가 뜻밖의 재미와 여운을 얻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관람한 박시후 주연의 <신의 악단>이 그랬고, 어제 본 권상우 주연의 <하트맨>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연말에 관람했던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 불과 재 >보다도 서사의 반전과 몰입도 면에서는 오히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물론 흥행 규모나 박스오피스 순위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포털 사이트 실관람객 평점과 입소문을 참고해 보면 극장 안 관객들의 반응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실 출발은 너무 가볍다 못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1980년대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주연 배우의 얼굴과 전혀 다른 스타트 배우들이 액션을 대신해 티가 확 났던 장면들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던 기억처럼 말이다.


게다가 얼마 전 <하트맨>을 본 지인이 "영화 보다가 나왔다"며 혹평을 늘어놓았던 터라,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마음 한편이 괜히 불안해졌다.


그런데 영화가 초 중반을 지나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객석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후반으로 갈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특히 권상우와 문채원,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실제 연인을 방불케 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여기에 아역 배우들의 선전까지 더해지며 영화는 필자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웃음 코드는 개인차가 크다. 하지만 <하트맨>이 다루는 소재가 요즘 3~40대의 결혼과 육아, 그리고 관계의 피로와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물감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헤비메탈 밴드'를 자칭하는 주인공들이 연주하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장르적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 율동과 안무, 그리고 단순한 록 비트 위주의 곡들은 극 중에서 스래시 메탈의 대명사인 메탈리카의 '오리온(Orion)'이 언급되는 설정과는 어딘가 크게 어긋나 보인다.


감독의 의도가 대중적 록 이미지를 포섭하려는 선택이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당시 음악을 어느 정도 아는 관객에게는 약간의 오류처럼 느껴질 수 있다. 차라리 LA 메탈 밴드인 본 조비를 콘셉트로 삼았다면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디테일을 제외하면 <하트맨>은 크게 흠잡기 어려울 정도의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과거 권상우의 유행어였던 "사랑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 같은 대사가 자연스럽게 소환되는 장면에서는, 이제 영화 속 세계관도 메타적 인용을 피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기도 했다.


나이 들어갈수록 더 편안해지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었지만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에서 '장 이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지환은 여기서도 전매특허가 된 그의 코미디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가수이자 예능인 피오의 능청스러운 연기 역시 영화의 리듬을 살리는 데 한몫한다.


연출은 과거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 시리즈를 만든 최원섭 감독이 맡았다.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를 하고 봤던 <히트맨 2>에서 과도한 코미디 연출로 실망한 기억이 있어 이번 작품을 볼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하트맨>은 그 시행착오를 거친 감독의 완성도 있는 결과물처럼 보인다. 전작들의 과잉과 부족을 모두 경험한 뒤, 균형을 찾아낸 느낌이다.


이쯤 되면 최원섭 감독은 '권상우식 코미디 장르'를 개척한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식 가족 코미디에 서사를 엮는 방식이 제법 안정권에 들어섰다.


다만 기성세대 관객으로서 한 가지 불편했던 점도 있다. 상영관 안에는 부모와 함께 온 초등생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가족영화를 표방하고 있고, 주말 가족 단위 관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데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니 가능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농도 짙은 키스 장면이 다소 잦게 등장했고 보기에도 아직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관람하기에는 다소 선정적이지 않나?라는 개인적 생각을 해봤다.


1월 17일 기준, 관람객 평점은 9점대를 기록 중이고 누적 관객 수는 15만 명을 넘겼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극장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이 영화가 왜 박스오피스 순위를 떠나 입소문을 타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

작가의 이전글사과하면 면죄부 주던 시대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