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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Dec 01. 2017

소녀상에 대한 단상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301031001&code=940202&utm_campaign=bac


소녀상은 숭고함의 문제다. 예술에서 숭고함은 형상보다는 장소성이 중요하다. 가령 고대 그리스에서 신의 조각상은 대부분 신전에 있었다. 신녀와 신관만이 그 조각상을 알현했으며, 사람들은 신전에 있는 조각상에 경외심을 갖고 경건한 태도를 취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조각상은 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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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로 오자 상황이 달라진다. 로마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조각한 초상조각을 선호했다. 신이 아닌 인간을 조각한 것이다. 이를 장례식에서 들고 행진했고, 무덤앞에 세워 두었다. 조각상 자체가 일종의 개인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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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신들의 조각상을 자신들의 정원이나 목욕탕에 장식품으로 두었다. 신의 조각상이 신전에서 나오는 순간 그 신성함은 증발되었다. 왕과 귀족의 개인 소장품이 되면서 경건함과 숭고함도 사라졌다. 게다가 정원과 목욕탕에서 있는 신들의 조각상이라... 그건 이미 신이 아니라 장식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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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도 비슷하다. 예수나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는 고대의 성인들이 광고 도구로 활용된다. 광고가 무엇인가? 물건을 팔려는 활동 아닌가.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이 물건을 팔고 계시다니 얼마나 황망한 일인가...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은 미소로 수용한다. 교회를 떠난 예수님, 절을 떠난 부처님, 서원을 떠난 공자, 아고라를 떠난 소크라테스는 그 의미가 퇴색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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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소녀상은 이런 크게 다르지 않다.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 앞을 떠나는 순간, 소녀상과 수요집회가 상징하던 역사적 고통, 그 경건함과 숭고함도 함께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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