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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Dec 25. 2017

루만의 체계이론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0453


루만의 글만이 아니라 그 설명글을 읽으면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어떤 감각을 상실한채 공중에 붕 떠서 부유하는 느낌이랄까. 그의 대표저작 <사회의 사회>를 읽을 때도 내내 그랬다. 장장 2~3개월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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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내가 어렴풋이 루만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의외의 책, 프리초프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을 두차례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복잡계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인데, 20세기 생물학의 성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루만의 이론도 복잡계를 사회학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두 책은 서로 케미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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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자연과 사회라는 양쪽 끝점에서 시작해서 어느 지점에서 만난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는 루만의 글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생명의 그물>을 떠올리게 된다. 공중에 붕 떠서 자연과 사회를 관찰하는 기분이란... 정말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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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보그래픽 디자이너인 나는 두 책을 읽고 어떤 추상적 도식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 도식은 삼각형이 계속 반복되는 도식이다. 이 도식을 루만은 체계이론이라 말하고, 생물학에서는 코흐의 이론 혹은 만델브로의 집합이라고 말한다. 전자는 삼각형 안에서 삼각형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고, 후자는 삼각형이 밖으로 증식하는 상황이다. 그림으로 보여주면...


이 그름은 저 글의 저자분이 댓글로 소개해준 루만 그림.

"선생님, 안녕하세요. 링크해주신 루만에 관한 글을 쓴 김건우라고 합니다. 공유해주신 분들을 따라오다 보니 이런 멋진 이미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루만의 이미지는 원/원환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 그림이 잘 보여주는 것처럼, 내재적으로, 안으로 계속 안으로 새로 형성되는 그런 작동과 그에 대한 이미지는 잘 포착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사회]를 나름의 감각과 문제의식을 갖고 읽어보셨다니 더 반갑고, 또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말씀과 생각들을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댓글을 달아봅니다. 아래에는 루만의 사후 편집 책, [Schriften zu Kunst und Literautr]에 수록된 루만이 직접 그린 그림을 공유봅니다."


"루만이 직접 그린 또 다른 그림은 저도 좀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제가 루만의 이론을 생각할 때 항상 '직감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우로보로스' Uroboros 입니다. 갖고 계신 루만 [사회의 사회] 제언에서 루만은 스피노자의 [에티카]의 한 구절, "다른 것에 의하여 파악될 수 없는 것은 그 자신에 의하여 파악되지 않으면 안 된다" Id quod per aliud non potest concipi, per se concipi debet 을 인용합니다. 루만의 마지막 저작의 시작을 이 문장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항상 되뇌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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