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0453
루만의 글만이 아니라 그 설명글을 읽으면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어떤 감각을 상실한채 공중에 붕 떠서 부유하는 느낌이랄까. 그의 대표저작 <사회의 사회>를 읽을 때도 내내 그랬다. 장장 2~3개월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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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내가 어렴풋이 루만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의외의 책, 프리초프 카프라의 <생명의 그물>을 두차례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복잡계를 생물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인데, 20세기 생물학의 성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루만의 이론도 복잡계를 사회학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두 책은 서로 케미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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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자연과 사회라는 양쪽 끝점에서 시작해서 어느 지점에서 만난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는 루만의 글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생명의 그물>을 떠올리게 된다. 공중에 붕 떠서 자연과 사회를 관찰하는 기분이란... 정말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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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보그래픽 디자이너인 나는 두 책을 읽고 어떤 추상적 도식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 도식은 삼각형이 계속 반복되는 도식이다. 이 도식을 루만은 체계이론이라 말하고, 생물학에서는 코흐의 이론 혹은 만델브로의 집합이라고 말한다. 전자는 삼각형 안에서 삼각형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고, 후자는 삼각형이 밖으로 증식하는 상황이다. 그림으로 보여주면...
"선생님, 안녕하세요. 링크해주신 루만에 관한 글을 쓴 김건우라고 합니다. 공유해주신 분들을 따라오다 보니 이런 멋진 이미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루만의 이미지는 원/원환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 그림이 잘 보여주는 것처럼, 내재적으로, 안으로 계속 안으로 새로 형성되는 그런 작동과 그에 대한 이미지는 잘 포착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사회]를 나름의 감각과 문제의식을 갖고 읽어보셨다니 더 반갑고, 또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말씀과 생각들을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댓글을 달아봅니다. 아래에는 루만의 사후 편집 책, [Schriften zu Kunst und Literautr]에 수록된 루만이 직접 그린 그림을 공유봅니다."
"루만이 직접 그린 또 다른 그림은 저도 좀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제가 루만의 이론을 생각할 때 항상 '직감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우로보로스' Uroboros 입니다. 갖고 계신 루만 [사회의 사회] 제언에서 루만은 스피노자의 [에티카]의 한 구절, "다른 것에 의하여 파악될 수 없는 것은 그 자신에 의하여 파악되지 않으면 안 된다" Id quod per aliud non potest concipi, per se concipi debet 을 인용합니다. 루만의 마지막 저작의 시작을 이 문장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항상 되뇌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