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디자이너
디자인평론 1호에 썼던 '미녀디자이너'가 작년(2017) 이슈가 되면서 디자인평론 3호가 여성, 디자이너 특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맘고생을 좀 했지만...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듯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흐리멍텅한 눈이 다소 밝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호에서 글을 자제했습니다. 제 글을 비판한 '이유진 디자이너'의 글이 더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논란의 당사자로서 좌담에는 참여했습니다. 약간의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반성과 성찰의 경험을 토로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무튼 여성디자이너의 현실과 디자인평론지가 이슈가 되길 희망합니다.
*** 책 소개 ***
한국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실험의 장인 독립디자인학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가 발행하는 연간 디자인 비평 전문지 <디자인 평론> 3호가 나왔다. 디자인 현상은 갈수록 증폭되지만 디자인 담론은 빈곤하기 짝이 없는 한국 디자인의 반지성주의 극복을 지향하는 <디자인 평론>은 2015년 창간되었다. 이번 3호의 특집 주제는 '여성, 디자이너'이다. 그냥 '여성 디자이너'가 아니라 '여성, 디자이너'인 이유는 여성과 디자이너 사이에 놓여진 많은 물음들에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자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 디자이너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것은 젠더 문제이기도 하며 노동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계에 직면해 있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그러한 여성 디자이너의 현실을 균형 있게 다루기 위해서, 좌담과 함께 왜곡된 젠더 의식에 대한 비판, 여성 디자이너의 먹고사니즘의 문제, 서양 디자인사 속에 나타난 여성 디자이너의 초상 등에 대한 꼭지들을 배치했다. 특히 본지 2호에 실렸던 '미녀 디자이너' 칼럼은 여성 디자이너에 대한 젠더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즉각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본지는 이러한 문제 제기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논쟁을 환영하는 한편, 그 반응을 이번 3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그리하여 최초의 문제 제기자였던 이유진의 '여성 디자이너는 미녀일 필요가 없다'는 글을 싣고, '미녀 디자이너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좌담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 보았다.
작금의 한국 사회가 젠더 모순의 증폭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본지 역시 디자인 분야에서의 이슈를 다룸으로써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편 최초의 디자이너 출신인 문화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한 역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디자이너, 주체, 책임윤리'는 바로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정면으로 심문했다는 점에서 디자인계에서 보기 드문 발언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