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딘 <인생의 발견>을 읽으며
요즘 젤딘의 <인생의 발견>을 읽고 있다. 사생활의 역사로 유명한 학자다.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하고 옥스퍼드 뮤즈라는 새로운 교육 실험도 한다. 이 학교는 알랭드 보통이 만든 인생학교의 롤모델이다. 젤딘은 다양한 시공간을 살아간 개인들의 사생활을 통해 어떤 놀라운 통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책에서 문명과 구조는 달랐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던 개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내 보기에도 어디에 살든, 어떻게 살든 인간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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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공부에는 어떤 순서가 생긴듯 싶다. 첫 10년은 되도록 크게 넓게 보려고 했다.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랄까. 인간이란, 사회란, 국가란, 종교란 등 거대 역사, 거대 철학,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등 사람들이 비효율적이다 여길 정도로 한심하게 근본을 팠다. 그래야 거대한 예술과 디자인을 메타적으로 파악할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역사는 디자인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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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고 나니 좀 허무하고 허전했다. 이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세미나고 참여하고 이것저것 읽는다. 미드도 보고 웹툰도 보도 영화도 본다. 운좋게도 출판 계약도 하나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허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독서와 활동이 점점 어떤 디테일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구체적인 분야와 현실로 향하는 ...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망원경을 내려놓고, 현미경을 만지작거리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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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자인분야의 현실을 목도했다.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플랜도 제법 구체화되는 과정이다. 새로운 무언가 시작되는 이 상황에서 젤딘을 만난건 행운이다. 그의 옥스퍼드 뮤즈는 진정한 '대화'를 추구한다. 타자가 없는 타아의 시대. 우리에게 진정한 대화의 경험이 있던가. 누군가 당신의 말을 경청해준 경험이 얼마나 있던가. 개인個人이 아닌 인간人間, 이것이야말로 사적인 관계다. 젤딘은 공적인 만남 보다는 사적인 만남에 의한, 삿된 관계에 의해 구성된 공동체를 중요시 여긴다. 나 또한 공공이 아닌 사사로움에 규제가 아닌 자율에 진정 끈끈한 공동체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적인 관계의 회복, 그래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