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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ug 16. 2017

<인생의 발견>의 구절들

오이디푸스 컬플렉스, 아버지상이(혹은 어머니상이) 없다는 점, 즉 모범으로 삼을 미래가 불확실 하다는 점이 불안을 낳고 확대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태어나려는 욕망을 갖는다. 마치 난생설화나 천손설화처럼 마치 자기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는듯이 행동한다. 이것이 현대인의 고질병이 아닐까 싶다. 아래는 젤딘의 책에서 본 인상깊은 구절들이다. 


"진운은 시부모 집에서 나와 심복과 둘이 살면서 뜻하지 않게 선구자가 되었다. 심복의 부모는 당시 관습대로 여러 대가 한 집에 모여 살고 간혹 일꾼과 하인들까지 같이 살았다. 현대의 부부들은 이런 관습 대신 독립과 사생활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면서 뜻하지 않은 유행병에 걸리게 되었더. 유행병이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 권태로운 상태다. 오락산업은 이처럼 자꾸 재발하는 병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려 했지만 진정한 치료법은 아니다. 오락도 결국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운처럼 다른 사람을 집에 들여서 경험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해결책은 대체로 거부되었고, 부부는 제3자를 배제하면서 스스로를 정의했다."

<인생의 발견> 젤딘, 286p

***

아... 오락 산업은 개별화를 통해 권태를 조장함으로서 확장되는구나...



"그나마 새로운 요인은 더 이상은 사생활을 공적인 삶보다 열등하거나 하찮거나 이기적인 것으로 간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사생활은 단지 공적인 삶의 도피처이자 세속의 위선으로 감춰진 진실의 은밀한 후견인 노릇만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공적인 삶을 지탱하는 모두 관계가 형성되는 곳이자 다채로운 애착이 자라는 곳이며, 공감과 호기심이 생성되고, 정서적-지적으로 연결되거나 때로는 연결이 끊기는 분주한 작업장이다. 따라서 사생활은 평등을 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치학과 경제학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기루로 남아 있다. 

개인의 외모나 성격이나 재능의 차이는 사적인 애정을 통해서만 가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어떤 법도 보물도 약도 한 개인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결국에는 그 사람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되는지 결정하는 공포를 평등하게 만들 수 없다. 온갖 공포와 결핍을 극복하는 데 성공이 달려 있다면 기회의 평등은 공허한 약속일 뿐이다. 불안의 불공평한 분배는 사생활을 이루는 애정의 불공평한 분배에 의해 심화된다. 사람들은 애정에 굶주린 나머지 애정을 받는 것뿐 아니라 애정을 주는 기회도 갈구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유명인사에게 애정을 퍼주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해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사생활이 애정을 길러주는 공간이 될 때 평등의 촉매가 된다."

<인생의 발견> 젤딘, 297~298

***

인용하지 않을 수 없는 단락이다.



"20세기 영국에서는 관리자가 일곱 배 증가했고, 세계의 군대에서도 장교의 비율이 서너 배 증가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군대에서는 3분의 1일 장교이고 3분의 1이 하사관이다. 지금은 야망이 위기에 처한 시대다. 상관이 부하보다 많아서 명령을 내릴 대상이 없다. 귀족이 한없이 늘어나 능력주의 사회의 엘리트층이 된다고 해도 높아진 기대치를 채우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인생의 발견> 젤딘, 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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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 대한 가장 따끔한 충고가 아닐까 싶다. 니체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던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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