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러 생각

행복해야 성공이다

by 윤여경

영화 <잉투기>에게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엄마가 장성한 아들에게 헬조선을 떠나 코스타리카로 이민을 가자고 제안한다. 아들이 자꾸 거부하자 엄마는 홀로 이민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이제껏 같이 살았으니 앞으로는 따로도 살아보자고 편지를 쓴다. 아들은 그 편지를 읽고 나와서 엄마에게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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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 그런데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한집에는 살았지만 같이 살았던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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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투기>는 잉여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지만 나에게는 이 대사가 우리 사회 전체를 날까롭게 비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이든 적당이든 과소든 잉여든 우리는 모두 행복하지 않다. 국가 행복 지수 평가를 하면 늘 꼴찌라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런 무차별 통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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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같이 살고 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진부하지만 나는 행복의 조건은 역시 가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기때 길거리에 버려져 홀로 큰 사람이 있을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최소한 늑대라도 있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가 현재 있는 것도 가족의 돌봄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가족은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되물을수 있다. 과연 우리에게 함께 사는 가족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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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족을 등지고 '가족 같은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족 같은 국가'를 더 걱정한다. 아이의 성공을 기원하며 최대한 밖에 머물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도 더 많은 시간을 밖에서 머문다. 심지어 더 큰 성공을 위해 조기 유학을 보맨다. 멀리 더 멀리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상봉해 눈물을 훔친다. 고생했다고 다독이지만 아이는 어색하기만하다. 같이 살지도 않았으면서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이를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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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은 곧 '가족'일 수 있다. 가족이란 그냥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아니다. 한 지붕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함께 산다는 것은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공감하는 관계를 말한다. 굳이 생물학적 근친관계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은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친구 동료 시민 모두가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가족이라면 모두가 가족이 아닌 것과 다른바 없다. 가족은 역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서 찾는 편이 낫다. 그래야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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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안정이다. 물론 때론 행복은 모험이 될 수도 있다. 행복을 찾는 영화 <꾸페씨의 행복 여행>을 보면 어느날 꾸페씨는 행복을 찾겠다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버리고 훌쩍 떠난다. 온갖 나라를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행복을 묻는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불행한 여행를 마친 그는 결국 가까운 사람들 품으로 돌아온다. 그때 그는 행복이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모험도 안정이 있어야 행복하단 의미다. 안정도 모험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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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사회도 이런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100년동안 우리는 가까운 가족을 외면하고 성공만을 향해 달려왔다. 그래야 생존할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멀고 먼 여행이었다. 울고 웃고 슬프고 고통속에서 기쁨도 있었다. 나는 이제 우리가 이 여행에 지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꾸페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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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었지만 같이 살지 않았다"는 <잉투기>의 대사는 여전히 아프다. 이제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한다. 하지만 같이 살아본 적이 없으니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맹자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순서를 음미해본다. 먼저 '나'를 수양하고 '너'를 존중해야 같이 살수 있다는 그 맹자의 가르침을. 우리도 이제 좀 행복해지자. 성공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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