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습> 김용운, 209p
"아마도 스매로기를 천황을 일컫는 가장 오래된 고어로 알고 칭했겠지만, 그는 그 말이 백제어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매로기는 '소머리+기'이다. '기'는 '치=사람' 스매로는 소머리가 변형된 말이다" <역사의 역습> 김용운, 209p
여기서 그는 미시마 유키오를 의미한다. 그는 천황이 인간임을 선언하자 고대의 방식으로 할복한 일본의 유명 작가다. 나는 그의 신념이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운건 천황의 의미가 '소머리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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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 사람이 신이자 왕이었던 곳을 하나 더 알고 있다. 바로 지중해 크레타 섬이다. 크레타 문명을 미노스 문명이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미노스는 미노타우르스의 줄임말이다. 미케네의 테세우스는 그 섬의 신=왕인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영웅이 된다. 고대그리스의 술잔에는 테세우스가 소머리 인간과 싸우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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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섬이다. 그들은 소를 신으로 여기고 있던 것이다. 호전적인 미케네와 아시리아 등은 사자를 신으로 여겼다. 한국은 곰을 신으로 여기는데 동료로 호랑이가 등장한다. 주로 고구려 지방 북방민족이 그랬다. 반면 백제와 신라는 좀 달랐던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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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우두머리'라는 말이 있다. 한자인가 찾아봤더니 순우리말이다. 그래도 '우'가 소이고 '두'가 머리라는 느낌은 여전히 강하다. 즉 우두머리란 소머리 중에 으뜸, 즉 리더 중의 리더를 의미한다. 놀랍지 않은가... 한반도 남쪽의 신은 곰이 아니라 소란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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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레타도 비슷하다. 크레타 남쪽 내륙, 고왕국 이집트 조각에는 소머리를 한 여신이 등장한다. 그들도 소를 신성시 여겼던 셈이다. 나는 이런 구도를 보면서 지중해와 서해를 겹쳐 보게 되었다. 둘의 구조는 닮아있다. 마치 프랙탈처럼. 게다가 두 지역 대부분이 강에 기반한 문명이다. 여기서 유일한 예외 지역이 그리스이다. 그들에게는 강이 아니라 바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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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크 르 고프의 중세와 김용운의 이 책을 읽는다. 예전과 달리 역사책이 재밌다. 이제 역사를 보는 눈이 좀 생긴 걸까? 아니면 역사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서 그런걸까... 아무튼 역사를 읽으면 유익하다. 투키디데스는 전쟁은 잔혹한 선생님이라 말했는데, 문명의 역사는 온건한 선생님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