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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02. 2018

<서양 중세 문명> 자크 르고프

오랜만에 책 문구를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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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주님의 모든 양이 쉬운 속어로 하늘의 자양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식인들이 거친 표현을 개탄하지 말고 만족스럽게 들어줄 것을 엎드려 부탁합니다. 무식한 사람들과 우둔한 사람들은 지식인의 높은 경지에까지 올라갈 수 없으므로, 지식인들은 자신을 무식할 정도로까지 낮추어주시기 바랍니다. 유식한 사람들은 무식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반대로 무식한 사람들은 유식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는 "설교가는 박수보다는 비명을 자아내야 한다"는 성 제롬의 말을 되풀이했다. (<서양중세문명> 자크 르고프,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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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는 아를의 주교 케사리우스를 말한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5세기 이후 서로마를 거론하기에 그 즈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서로마 지역의 사람들은 문해력 떨어지고, 문맹률이 높아지고 있었나 보다. 당시 로마는 몰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급기야 476년 서로마의 황제는 북방에서 밀려온 장군에게 죽었고, 로마의 도시들은 그들이 야만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유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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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는 디자인된다>에서 제시한 대로 우리 시대가 5세기 초와 아주 유사한 상황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 시대에 대한 묘사가 나오면 흥미롭게 살펴보는데, 우리 시대 또한 문해력이 급격기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유독 이 단락이 눈에 확 들어왔다. 특히 "지식인들은 자신을 무식할 정도로까지 낮추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장이. 게다가 "설교가는 박수보다는 비명을 자아내야 한다"는 성 제롬의 말처럼 요즘의 TV방송에서는 박수보다는 비명=탄성을 더 흔하게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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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가설적 추측이지만 이 가설을 반증하기 위해 독서를 거듭하는데, 여전히 가설을 깰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도리어 약간의 증거들을 찾았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확실한 반증은 2076년이 되어봐야 안다. 476년에 서로마가 몰락했듯 이 때 미국연방이 몰락해야 나의 가설이 확실히 증명된다. 과연 그때까지 살아 있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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