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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08. 2018

왜 그리스 미술은 남성적인가

화두를 던지고 스트리밍에서 설을 풀려고 했는데... 최범 샘과 강영민 작가님이 이미 답을 말하셔서 글로 정리합니다. 저는 오늘 그리스 미술을 강의하다가 그리스 미술이 그냥 남성적이 아니라 완전 극남성적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시대와는 비하지 못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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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그리스 사람들이 여자를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남자만을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여겼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리스 도시는 남자가 지배하는 공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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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역사와 미술(순서가 중요합니다.)을 공부하면서 미술의 역할을 고민했습니다. 역사에서 미술은 지배층의 선전선동 수단이었습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고요. 예술의 비판, 비평적 기능은 스쳐가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죠. 아무튼 역사를 끌어가는 지배층은 미술을 통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뽐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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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시 보고 싶은 것"(<철학하는 날들> 이성민)입니다.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은 '그립다'는 의미고, '그립다'는 '그리다'의 어원입니다. 아름다운 대상을 보면 그립거나 혹은 그리울까 걱정되 기록으로 남깁니다. 그것을 재현이라 말합니다. 최선을 다해 모방하죠. 그렇게 아름다운 대상을 만들고 소중히 다루죠. 때론 존중하고 경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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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름다운 것이 지속되길 원합니다. 아름다운 대상들은 최선을 다해 기록하고 그것은 예술작품이 됩니다. 지금까지 남겨진 작품들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에게까지 남겨진 것입니다.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희생까지 감수하면서.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역사와 미술을 통해 만나게 되죠. 그래서 미술은 반드시 역사라는 틀 속에서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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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는 초남성사회였습니다. 왜냐면 그들에게 여자는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그들이 만든 '신들'이었고, 두번째는 '남자'였습니다. 그런 관점은 전쟁이 일상이었던 그리스 사회의 환경적 특징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과연 이정도로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왠만하면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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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회가 있었습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시대입니다. 심지어 모택동까지 굳이 따지자면 박정희까지... 그들이 과연 여자를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을까요? 그럼 우리 시대는... 성구분을 떠나 인간을 아름답다고 여길까요? 아름다운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과연 우리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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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아름다움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우리 시대는 돈과 권력을 가장 아름답다 여깁니다. 그러니 그것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겠죠. 특히 돈에 환장합니다. '감시와 처벌'에선 아름다운 대상이 감시당하고 통제당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상대가 아름답기에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소유와 소모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돈은 인간을 그렇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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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이 당신을 지배하고 있거나, 지배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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