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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Nov 13. 2018

디자인학교 첫 입학 설명회 후기


어제 디자인학교 입학 설명회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1년 과정을 마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여러 직업을 말하고 있지만,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 입학 설명회이기에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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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지금 현업에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기 때문이다. 디자인 대학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 독학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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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취업문은 비좁고, 업무 환경이 열악하며 페이도 형편없다. 일할때는 자존감이 무참히 짓밟힌다. 이렇게 디자이너라는 직업 세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우린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굳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질 필요가 있나요?"라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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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의 질의응답은 어영부영 넘어갔다. 하지만 영 찝찝했다. 너무 무책임한 답을 한 것은 아닌지... 나는 스스로에게 반문 했다. "디자이너가 되지도 않을거면서 굳이 디자인을 왜 배울까? 그렇다면 지금의 디자이너들은 어쩌란 말인가?" 나아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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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나는 어느정도 답을 찾았다. 이제 디자이너는 직업이 아니라 역할이라는 것을. 나는 회사에 출근하지만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디자인을 하는 역할을 하러 그곳에 간다. 즉 나에게 디자인이 주어졌을때 진행할 수 있는 '역할' 말이다. 사실 직업도 하나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개념이 전혀 다르다. 게다가 최근 나는 나의 직업을 의심한다. 나는 과연 그래픽디자이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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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그것으로 먹고산다. 직업은 소명의식과 결부되어 있기에 신성하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구속한다. 하지만 역할은 그렇지 않다. 비교적 자유롭다. 상황이 역할을 만든다. 내가 디자인을 해야 할 상황이 왔을때 멋지게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면, 굳이 디자인으로 먹고살지 않아도 되지만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기에 디자인은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답답한 직업이 아니라 자유로운 역할로서 디자이너를 규정해야할 시기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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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간다면 누구나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주변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심지어 문서하나 만드는 것조차 디자인이 개입된다.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탐내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무도 디자인을 배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을 배운다면? 좋은 디자인을 판단할 수 있고 할 수 있다면? 단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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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마땅히 디자인을 배울 곳이 없다. 대학은 4년이요. 대학원은 2년이다. 대학은 들어가기 쉽지 않고 대학원은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대학과 대학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디자인을 배울 곳이 있을까? ........... 어쩌면 이런 상황이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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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말 많은 분이 설명회에 오셨다. 한분한분 소중한 분들이었다. 심지어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도 계셨다. 그분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입학하고 싶다며 격려해주셨다. 미처 오지 못한 분들도 있다고 한다. 디자인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분들 모두가 소중하다. 그래서 12월에 한번 더 설명회를 하기로 했다. 굳이 디자인학교에 입학하지 않아도 된다. 왜 어떻게 디자인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2차 설명회를 참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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