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여경 Dec 09. 2018

'귀추'에 대한 고찰, 결론

며칠동안 '무엇-어떻게-결과' 도식을 가지고 디자인 개념을 생각하고 글을 써 보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는 너무 현재적이며 미래는 그냥 주어져 있다. 아님 결과에 대한 확신에 차 있거나. 게다가 가장 중요한 과거, 즉 '왜'가 없다. 이 말은 '역사'가 빠졌다는 의미다. 

-

결국 사고 실험을 그치고 내 디자인이론인 모형 도식에 넣어 보기로 했다. 나는 <역사는 디자인 된다>에서 '왜-어떻게-어디로-어떻게-왜'라는 순환도식을 제안했다. 이는 내가 디자인에서 역사성을 가장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다. 

-

이 도식에서 왜는 과거이고 어떻게는 현재, 어디로는 미래이다. 어디로의 미래는 다시 어떻게의 현재로 반성하고 왜라는 근본적 질문에 이른다. 여기서 무엇은 이미 주어진 상태다. 즉 디자인(혹은 디자이너)는 이미 '무엇'이라는 대상을 놓고 그것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상하는데 그 질문은 왜-어떻게-어디로의 순환 도식으로 그려진다.

-

나는 다시 이를 단어와 개념, 관념의 관계로 변주해 보았다. 무엇에 해당되는 이미지는 현재에 주어진 상태고 이 이미지는 단어와 매칭되어 있다. 단어는 과거에 주어진 개념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이미지와 단어의 매칭은 현재적 경험을 통해 미래 관념을 형성한다. 여기서 관념이란 주어진 개념이 해석된 상태다. 그러면 단어는 반성을 통해 새롭게 다가오고 이미지와의 매칭도 새로워지며 새로운 개념을 낳게 된다. 그리고 그 개념은 다시 과거가 된다. 

-

이렇듯 '무엇과 어떻게'는 계속 현재에 머물러 있고 여기서 미래 결과만을 쫓으면 진보적 관점에 머무르며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질문을 잊게된다. 즉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결과의 방향이 모호해지고, 무엇과 어떻게도 불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역시 '왜'라는 질문은 결코 간과되거나 괄호쳐져도 안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

이런 생각에 이르자 '현대 디자이너들은 왜 길을 잃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바로 '왜'라는 질문에 소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말해 깊게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어진 현재와 희망찬 미래에 종속되어 행동만 할뿐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사유함에 게을렀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 자리는 바로 '왜'이다. 우리는 무엇과 어떻게가 아니라 먼저 '왜'를 깊게 사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철학이다. 작금의 디자이너들에게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현재의 우리에게 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이너들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