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 관련 기사와 책을 접하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철저하게 개인화된 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한때 학벌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며 통쾌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착시였다. 학벌이 무너진 자리에 학력이 싹트고 있었다. 아니 아주 공고해진 학력위계질서가 자라고 있었다.
-
학벌의 문제는 집단 이기주의다. 본래 조선은 혈연+지연+학연으로 이어지는 문벌사회였는데, 양반계급이 무너지고 식민지가 되면서 혈연과 지연이 해체되었고 대학이라는 제도 덕택에 학연만이 맥을 이었다. 그렇게 한국은 문벌에서 학벌로 거듭났다. 하지만 다시 먹을 거리가 부족해지자 학벌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면서 학벌이 무너졌고, 치열한 개인 경쟁이 시작되었다. 개인 경쟁은 그대로 자녀들 제자들에게 전염되어 내면화 된다. 이제 개인 경쟁은 마땅한 전제가 되었고, 공정함의 기준이 되었다. 당연 이명박근혜의 집단 이기주의는 불공정하게 느껴졌을 것이고, 페미니즘의 집단적 접근도 마뜩치 않을 것이다. “개인화된 경쟁+공정에 학벌이 어딨고, 남녀가 어딨어”라고 항변하는 소리가 들린다.
-
이들에게 경쟁은 유전자부터 시작된다. 잘살거나 잘생겼거나. 두번째는 학습성과다. 외국어와 악기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영어유치원, 사립초와 국제중, 외고를 가야 한다. 세번째는 대학이다. 대학은 20년 노력의 결실로 1차 카스트다. 어떤 대학과 전공이냐에 따라 앞선 패배도 만회할수 있다. 여기서 실패하면 다시 20년을 달려야 한다. 취업, 결혼, 집, 직위, 자녀 등 여러 평가 지표가 기다린다. 40대가 되어 어느정도 성공했다면 대학 콤플렉스는 하나의 헤프닝이나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전환 가능하다. 때론 “아니 그 대학을 나오고도 고작...”이라는 비아냥을 할 자격도 주어진다. 1차에 이어 2차 카스트까지 방어하면 인생 대성공!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허전함.
-
집단화된 학벌경쟁과 개인화된 학력경쟁 중 무엇이 더 나은 세상일까... 참으로 고르기 어렵다. 학벌도 학력도 쟁취가 아니라 강요된 것이라. 한국의 근대+산업+민주화가 온전히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듯... 급 슬퍼진다. 94학번인 나는 학벌의 끝물이며 학력의 마중물이었다. 어쩌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세대가 되어 버렸다. 공동체도 싫고 개인도 싫고, 공동체도 좋고 개인도 좋고... 이래서야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갈까... 결국 왕따가 될 신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