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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un 13. 2019

미술사 수업

며칠전 종강하면서 인상깊었던 다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학생이 디자인전공인데 미술사 수업을 얘기하길래 어떤 수업인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다그쳐 물었다. 디자인과에서 미술사 수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그 이유는 엉터리 미술사를 확신에 차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려를 표했더니 학생은 내용은 모르겠고 선생님은 확고한 관점과 신념이 있으셨던거 같다고 말했다. 나는 더 놀랐다. “아... 디자인과 수업은 답이 없으니까 역사도 답보단 관점을 중시 여길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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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역사에는 답이 없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때마다 다시 재구성되기를 반복한다. 때론 선악이 혹은 완전히 내용 자체가 뒤바뀔때도 있다. 하지만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실을 근거하기에 함부로 뒤바뀌진 않는다. 디자인 시안이나 예술 작품처럼 자의적으로 바꿀수는 없다. 이것이 기억과 역사가 다른 점이다. 그런데 위 선생님은 너무 개인의 관점과 기억에 의지해 미술사를 얘기하고, 학생들은 그것이 나름대로 일리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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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는 실기와 이론이 있다. 두 과정 모두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지식에 요구되지만 우선순위는 있다. 실기는 자신의 관점이 중요하고, 이론은 객관적 지식이 중요하다. 그것이 거꾸로 되면 위험하다. 객관 즉 선생 관점에 의지해 실기를 하면 안되고, 주관 즉 나의 관점으로 이론을 호도(대충 뭉게기)하면 안된다. 그런데 디자인 수업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기에 능한 분은 이론을 너무 자기식대로 판단하고, 이론에 능한 분은 실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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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미술사 사례가 그렇다. 그래서 나는 다소 흥분하며 그 수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쩌면 지금은 미술사에 관심을 두게 해줬다는 점만으로도 그분께 감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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