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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31. 2019

검찰개혁 디자인

요즘 검찰개혁이 화두다. 검찰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기에 그저 페친들의 글을 읽으며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검찰개혁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검찰개혁이 디자인문제로 보이기 시작했고, 나라면(디자이너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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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상가이자 이론가인 키스 도스트는 현대에 일어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복잡하고 연결되고 역동적이고 열린'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난제=어려운 문제'라고 규정하고 전통적인 해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 난제는 단순히 '어떻게'만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현대 디자이너들은 이런 상황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해결해 왔고 도스트는 그 노하우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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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검찰개혁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검찰과 연결된 많은 문제들이 개혁의 시작을 막고 있다. 이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순서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나 여당이라면 어떤 순서로 디자인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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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수처를 포기한다.

도스트는 난제를 만났을때 1차 해법으로 '역설'을 강조한다. 지금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가 공수처다. 만약 상대가 강하게 반대하는 것을 내주면 상대방의 일부가 흔들린다. 야당 대표의 주장대로 공수처는 다음 국회로 과감하게 넘기면 야당은 또 승리감에 도취한다. 이때 여당은 새로운 쟁점들을 제안하며 문제의 프레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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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경수사권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에 집중한다.

공수처를 내주면 나머지를 얻을 명분이 생긴다. 여당내 공수처 반대의견을 추스리고, 다소 중립적인 국회의장과 중간지대 의원들의 환심을 살수 있다. 잘하면 패스트트랙 본회의투표를 앞당길수도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대칭에서 도덕성을 느낀다. 하나를 양보하면 다른 하나를 받기 마련이다. 내가 보기에 검찰개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이고, 정치개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법개정이다. 하나를 내주고 둘을 취하면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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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엄령 문건 특검을 주장한다.

패스트트랙이 통과되면 여당은 바로 특검을 주장해야 한다. 계엄령은 야당대표에 검찰총장까지 연루된 중요한 사안이기에 검찰수사로는 부족하다. 사안을 나누어 검찰과 특검 투트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검찰은 기존 문건 관련된 연루자들을 조사하고, 특검은 민감한 인사들 가령 야당대표와 검찰총장 등을 조사하면 된다. 이 특검에 임은정 검사 같은 개혁성향의 검사가 들어가면 좋을듯 싶다. 검찰을 공정하게 수사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아무튼 이 중대한 문제는 특검이 아니면 의혹 해소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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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국 공판이 무죄로 나오면 법무부 감찰에 들어간다.

유죄가 나오면 댓가를 치뤄야 한다. 반대로 무죄가 나오면 사태가 심각하다. 무리한 기소권력남용, 공직 당사자가 아닌 가족들의 인권문제 등등 국민들의 공분을 해소할 최소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특수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감찰이 있어야 할 듯 싶다. 아마 관련 검사들도 이 정도는 각오하고 수사를 진행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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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총선에서 '공수처'설치 공약을 앞세운다.

다시 공수처다. 이제 시간도 넉넉하고 수사권도 조정되고, 조국사태도 정리되는 시점이라 공수처를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국민들은 공수처를 원한다. 현재의 공수처 안을 과거 야당의 안과 잘 조화시켜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여당의 선거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전략이 통하지 않아 선거에서 지면 검찰개혁은 여기까지다. 만약 전략이 통한다면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의 명분까지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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